외환위기 20년 우린 달라졌나
한경 자문단 좌담회
건설업 위주 경기 부양책 성장 잠재력 계속 떨어뜨려
경제 지탱해온 수출 제조업 중국에 빠르게 추월당하고 있어
4차 산업, 선진국과 격차 확대
[ 김은정 기자 ]
“불어난 외형이 아니라 경제 체질의 민낯에 주목해야 한다.”(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화려한 거시지표의 유혹 때문에 구조개혁을 미루면 결국 더 오랜 기간, 더 큰 고통을 받게 된다.”(박대근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경제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후 20년간 거시지표 변화가 준 교훈을 이렇게 정리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지난달 25일 서울 중림동 본사에서 연 ‘외환위기 20년, 우린 달라졌나’를 주제로 한 좌담회에서다.
한경 자문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민간 싱크탱크 FROM 100(대표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 소속 전문가들은 “한국이 또다시 위기를 겪는다면 그것은 구조개혁을 외면한 결과”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경제 몸집이 커지면서 개선된 단순한 지표 변화에 매몰돼 경제 시스템 곳곳에 쌓인 비효율을 털어내지 않으면 훗날 훨씬 큰 고통으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얘기다.
박대근 교수는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 제조업이 중국에 빠르게 추월당하고 있는 데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신(新)산업 분야에선 선진국과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구조조정 노력을 게을리하고, 정부가 이를 방치한다면 결국 또 다른 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외환위기는 단기적이고 국지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회복이 빨랐지만 지금처럼 저성장, 고령화, 생산성 하락 등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문제가 얽혀 있는 경우엔 회복이 쉽지 않다”며 “성장 동력을 잃고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위기 처방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관호 교수는 “한국 사회는 저(低)금리, 저투자, 사내 잉여자금 축적 증가로 자본과잉 상태에 직면했기 때문에 성장 여력을 높이려는 기술 진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해외 투자자로선 한국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 환경을 봤을 때 장기적인 투자처로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조정 시점에 한국 경제의 성장성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며 “구조개혁 추진 의지가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곽노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구조개혁은 고통을 수반하고 그에 따른 성과는 몇 년 뒤부터 나타나기 때문에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기대하는 정부에선 주력하기 어렵다”며 “미래 세대를 위해 지속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산업 구조조정, 노동 시장 개혁, 기술 혁신 등 중장기 구조 개혁을 조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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