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박수진 기자 ]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사진)은 9일(현지시간) 북핵 사태와 관련, “미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할 때 제공할 군사옵션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경제적 해법이 우선이지만 유사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티스 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미 육군협회(AUSA) 주최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육군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아무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세계인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국무부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여러분의 전투 기술과 국방부가 나서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외교적으로 주도되고, 경제적으로 가하는 제재가 북한을 도발에서 벗어나게 하는 중심 해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티스 장관은 “지금 국제 정세는 내가 40년 군 복무했던 기간 중 가장 까다롭고 엄혹한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미 육군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유사시에 대비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육군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이 필요로 할 때 즉각 제공할 수 있는 군사적 옵션을 확실하게 준비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매티스 장관은 지난달 18일 “서울에 중대 위협이 없는 군사옵션이 있다”고 발언해 주목을 받았다.
매티스 장관은 이날 사회자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미군의 역할을 묻자 구체적인 답변 대신 T R 페렌바크의 저서 《이런 전쟁(This kind of war)》을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이 책은 페렌바크가 6·25전쟁에 장교로 참전한 뒤 1963년 쓴 전쟁 역사서로, 전쟁 초기 미군의 패착과 작전 실패를 주로 다루고 있다. 미군 지휘관들 사이에서 필독서로 여겨지는 전쟁사의 고전이다. 한국에서는 《한국전쟁》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최영진 중앙대 교수는 최근 국방일보에 기고한 책 서평에서 “전장의 가혹한 현실을 통해 저자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한 가지”라며 “미국이 한국전에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이 북한의 남침과 중공군의 참전 등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등 제대로 준비하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판단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인 10일 도발을 감행하지 않았지만 우리 군당국은 북한이 언제든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감시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