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2015년 국정 역사교과서 의견수렴 마지막 날 국정화 찬성 의견서가 똑같은 양식과 내용으로 작성·제출돼 ‘차떼기 논란’을 빚은 여론조작 의혹을 수사 의뢰키로 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정책 추진 당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충분한 정황 근거를 갖고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교육부는 국정교과서에 대한 의견수렴 결과 찬성 15만2805명, 반대 32만1075명으로 발표했다.
진상조사팀이 교육부에 보관 중인 A4 용지 103박스 분량의 국정교과서 찬반 의견서를 살펴본 결과 일괄 출력물 형태 의견서가 53박스에 달했다.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우선 절반가량인 26박스(2만8000여 장)를 조사했는데 △동일한 의견서 양식에 △일정 유형의 찬성 이유가 반복됐고 △동일인이 찬성 이유를 달리해 수백 장을 제출하는 등 중복 의견서가 다수 발견됐다.
한 사람이 100장 이상의 찬성 의견서를 내는가 하면 1600명 이상이 서울 영등포구의 같은 주소지를 기재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주소는 당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한 모 단체의 소재지였다.
뿐만 아니라 실명과 실제 주소, 연락처를 적어야 하는 개인정보란에 ‘이완용, 대한제국 경성부 조선총독부, 010-1910-0829(경술국치일)’ ‘박정희,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번지 청와대, 010-1979-1026(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일)’ ‘박근혜, 청와대, 010-0000-1102(의견수렴 마감일)’ 등 상식 밖 내용을 적어내기도 했다.
조사팀은 이 가운데 형식 요건을 충족한 4374명 중 무작위 추출한 677명과 통화해 진위 여부를 파악했다. 연결이 닿은 252명 가운데 제출한 사실이 없다는 답변이 25%(64건)에 달했다. 확실한 여론조작으로 추정되는 케이스다. 기억나지 않는다거나(47건) 인적 사항이 불일치하는(12건)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국정교과서 정책에 관여한 당시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밤에 찬성 의견서 박스가 도착할 것이므로 의견서를 계수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야간 대기시켜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교육부 직원 200여 명이 의견수렴 마지막 날 자정 직전까지 계수 작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의견서 제출 박스에는 ‘올바른 역사교과서 국민운동본부’ 스티커가 부착돼 배달됐다.
진상조사위는 여론조작 개연성이 충분하고 개인정보보호법·형법 위반 혐의가 있으며 일부 혐의자는 교육부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 조사 권한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명의로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키로 결론 냈다.
수사를 통해 교육부의 조직적 공모 및 협력, 여론조작 여부가 확인되면 관련자에 대한 신분상 조치도 요청할 계획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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