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훈 기자 ] 세계원자력기구(IAEA)는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세계 에너지장관회의를 연다. 70~80개국 장·차관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관들은 회의 후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을 시찰할 예정이다. 한국이 2009년 첫 수출에 성공한 바로 그 원전이다. 바라카 원전 4기는 2020년 완공되고, 이 중 1호기는 내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한국전력 등은 원전 운영기간인 60년 동안 총 491억달러(약 54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장관들 앞에서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뽐낼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번 회의에 장관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국회 국정감사가 잡혀 있다며 백운규 장관 대신 실장(1급)을 보내기로 했다. 과학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IAEA로부터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각국 장관들이 한국이 수주한 원전 건설 현장을 시찰하는데 한국 장관은 없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정부는 “국내에서 탈(脫)원전 정책을 시행해도 원전 수출은 돕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하지만 원전 수출을 위한 ‘판’이 깔렸는데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오는 14일부터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세계원전사업자협회 총회에도 장관급 인사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탈원전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장관들이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원자력계 관계자는 “두바이 회의는 공짜로 앉아서 한국의 원전 기술을 전 세계 장관들에게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정부가 가서 잔치를 벌여도 시원찮은 판국에 뒷짐만 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에 160기의 원전이 새로 건설될 전망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600조원에 이르는 큰 장이 서지만 한국은 탈원전 정책 때문에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하지 않다며 자기 나라에서는 만들지 않겠다는 물건을 살 바보는 없다”고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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