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올해 전체 투자 목표는 17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14조원보다 20% 늘었다. 이 가운데 65%인 11조원을 고용 창출 효과가 큰 국내 시설에 투자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6월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딥 체인지(deep Change)’로 대변되는 ‘근본적인 혁신’을 화두로 제시한 이후 SK그룹은 대규모 투자와 융합형 비즈니스 모델 개발로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파트너링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기존 사업에서의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는 한편 바이오·신에너지 등 차기 주력사업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최 회장은 올 들어 “국내외 경영 환경이 불확실할수록 투자에 적극 나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공격경영을 통한 성장동력 발굴을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7조원을 투자해 기술중심 회사로 입지 강화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3조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로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를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SK텔레콤은 향후 3년간 11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4차 산업혁명 주도에 나섰다.
SK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모델 혁신을 꾀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주방, 생활가전 제조업체인 동양매직을 인수했다. SK(주)는 올해 1월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인 LG실트론을 인수했다. 또 물류 자동화회사 에스엠코어를 인수하고, 중국에서는 물류기업 ESR의 지분 11.7%를 확보하기도 했다. 미국 카셰어링 1위 업체 투로(TURO) 지분 투자에도 참여하는 등 글로벌 투자전문 지주사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종합화학을 통해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 인수를 완료하면서 세계적인 화학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SK하이닉스도 도시바 메모리 인수 컨소시엄에 지분을 투자했다. 성장성이 큰 낸드플래시 분야 사업 및 기술적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우위를 확보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SK는 신시장 개척을 위해 글로벌 사업의 중장기적 확대 기반 마련과 세계 유수 기업과의 글로벌 파트너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 방미 기간에 미국 에너지기업인 GE, 콘티넨탈리소스와 미국 셰일가스를 중심으로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양해각서(MOU) 체결을 성사시킨 게 대표적이다.
SK는 주력사업 영역인 에너지·화학사업에서 적극적인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근본적 체질 전환에 나서고 있다. 석유기업에서 에너지·화학기업으로 진화한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배터리, 정보전자소재 사업 등 신규사업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유럽 등지의 수요 증가로 지난 3월 생산설비를 기존의 두 배 이상인 3.9GWh로 확대하기로 했다. SK종합화학은 올해 조직개편에서 글로벌 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글로벌 마케팅본부를 중국에 신설했다. 중국 시노펙과 합작해 세운 중한석화, 사우디아라비아 사빅과의 넥슬렌 합작사업 등과 같은 성공 모델을 추가로 발굴할 계획이다. SK 루브리컨츠는 2015년부터 스페인 렙솔과 합작, 생산한 고급 윤활기유를 유럽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 공장 외에 충칭에 반도체 후공정 생산법인을 설립하고, 낸드플래시 등 응용복합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SK는 4차 산업혁명 시대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19년까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새로운 ICT 생태계 조성에 5조원, 5세대(5G) 이동통신 등 미래형 네트워크에 6조원 등 총 11조원을 투자한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 스마트홈 에너지관리솔루션 등 새로운 사업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자율주행 기술 분야의 글로벌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BMW코리아와 세계 최초 5G 커넥티드 ‘T5’를 선보였고 올해는 엔비디아와 함께 자율주행 기술 기반이 될 초정밀 ‘HD T맵’을 개발하고 있다.
SK(주) C&C는 인공지능클라우드 기반의 산업별 디지털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IBM의 AI시스템인 왓슨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에이브릴’은 한국어 학습이 완료 단계다. 에이브릴은 의료 엔터테인먼트 학습 금융 등 다양한 협업을 진행 중이다. SK(주) C&C는 지난 4월 건양대병원과 ‘왓슨 포 온콜로지’ 진료를 시작했다. 담당의사가 암 환자 정보와 의료기록, 검사기록 등의 항목을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내 제시하는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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