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탈법 판치는 '사회적 기업', 관리체계 구축 서둘러라

입력 2017-10-12 18:06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이 그제 공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사회적 기업’ 1506곳(2015년 말 기준)의 42.2%인 636곳이 인건비의 절반도 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나 회계 규정을 지키지 않아 적발된 곳도 47.6%(717곳)에 달했다. 정부가 일자리 문제 해결책의 하나로 주목하는 ‘사회적 기업’의 부실과 탈법운영이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정도로 심각하다.

‘사회적 기업’은 장애인 등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이나 복지서비스 제공과 같은 공공 목적을 우선시한다. 고용노동부로부터 ‘인증’을 받으면 최대 5년간 직원 임금 등의 일부를 지원받는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용역과 서비스 일정액(올해 7785억원)을 이들로부터 조달한다. 파격적인 지원에 힘입어 ‘사회적 기업’은 2007년 52곳에서 10년 새 1776곳으로 증가했다. 정부가 이달 지원 강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또 다른 ‘좀비기업’을 양산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점검을 벌이지만 매출을 얼마나 올리는지는 점검 대상이 아니다. 일반기업이라면 폐업해야 할 정도로 수익이 나빠도 지원금에 의존해 버티기도 한다.

정부 등이 자신들과 ‘코드’ 맞는 곳을 집중 지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작년 발표에 따르면 서울시와 산하 공기업 등은 2015년 ‘사회적 기업’들로부터 204억원어치를 구매했다. 이 중 101억원이 서울시내 2689개 ‘사회적 기업’ 중 10개사에 집중됐다. 새 정경유착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역차별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사회적 기업’에 밀려 중소기업 판로가 더 좁아지고 있다. 육성 대상(‘사회적 기업’)이 보호 대상(중소기업)의 시장을 침해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처럼 관리가 허술하고, 관(官)이 주도하는 방식이라면 부작용이 더 커질 게 분명하다. 선진국 사례에서도 보듯 ‘사회적 기업’은 배려와 상생의 문화 속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한다. 정부가 나서 ‘사회적 기업’을 인증하는 곳은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철저한 관리체계를 수립하지 않은 채, 정책 목표에 맞춰 인증 기업 숫자 채우기에 급급해한다면 국민 세금으로 부실기업을 늘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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