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 베일을 벗었다.

입력 2017-10-12 18:34   수정 2017-10-12 20:24

식물 과학자 재연(문근영 분)이 연구성과를 도용당한 뒤 숲속에 은둔해 살아간다. 그녀는 연구에 깊이 빠지면서 식물이 되고 싶어한다. 식물은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줄도 아는 듯하다. 재연을 멀리서 지켜보던 무명 작가(김태훈)가 그녀의 삶을 소설로 옮기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한다.

12일 해운대에서 막오른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이 베일을 벗었다. 표절로 타인의 꿈을 짓밟는 인간 욕망을 파격적으로 그려낸다.

신수원 감독(사진)은 이날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는 한 과학도가 타인의 욕망에 의해 꿈이 짓밟히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판타지 영화”라고 소개했다.

신 감독은 예전에 소설로 쓰려던 것을 영화로 옮겼다고 했다. 소설가가 세상에서 상처를 입은 한 여자를 만나고 그 여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표절하는 이야기였다. 그는 인터넷에서 여인의 형상을 한 나무로 보고 영감을 얻었다. 그는 “세상에서 상처입고 꿈과 이상이 짓밟힌 여주인공이 나무로 환생하는 이야기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며 “식물인간이란 말이 재미있었고, 뇌사 상태에서 사람은 영혼이 없는 걸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작 ‘마돈나’가 끝난 다음 시나리오를 본격 쓰면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던 과학도로 주인공을 설정했다. 그는 후배에게 연구 아이템을 도둑맞고 사랑하는 사람마저 빼앗겨 어릴 적 자랐던 숲 속 유리정원으로 스스로 유폐된다.

문근영은 출연한 계기에 대해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재연이라는 캐릭터에 깊이 끌렸다”며 “훼손된 순수함을 지키고자 하는 욕망 때문일 것”고 말했다. 그는“영화를 끝내고 돌아오니까 도시가 주는 삭막함, 답답함이 느껴져서 힘들었다”며 “재연이로 사는 동안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신 감독은 지난해 파행을 겪었던 부산국제영화제와 관련한 소신도 밝혔다. 그는 “‘유리정원’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게 매우 기쁘다”며 “부산국제영화제가 외압으로 흔들렸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표현의 자유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도 “영화제의 주인은 관객이 돼야 한다”며 “앞으로 10년, 50년, 100년동안 부산영화제는 그 정신을 고이 지켜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21일까지 열리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75개국에서 298편의 작품이 초청됐다. 출품작들은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등 5개 극장, 32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부산=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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