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현미경] 국토위 31명…하루종일 기다려도 질문 두 번 '답정너 국감' 악순환

입력 2017-10-12 20:07   수정 2017-10-13 10:31

'수박 겉핥기 국감' 되풀이 이유는

'과밀 상임위' 부실 국감 초래
산자위 30명·교문위 29명…한번 질의 후 4시간 기다려
시간 쫓겨 호통·질타 '눈총'

환노위 16명…비교적 충실
의원당 최대 5회까지 질의도…국방위·법사위 등도 시간 넉넉



[ 김형호 기자 ]
국정감사 첫날인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고용노동부 대상 감사 개시 2시간 만에 소속 상임위원 전원이 한 차례씩 질의를 마쳤다. 반면 세종시에서 국토교통부 국감을 연 국토교통위원회는 오후 4시께 의원 질의가 한 바뀌 돌았다. 국토위 소속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는 “질의 차례를 기다리다 지치겠다”는 푸념이 나왔다.

국회 ‘과밀 상임위원회’가 국감의 부실을 심화시킨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속 의원이 16명인 환노위는 하루에 각 의원들이 최대 5회까지 질의할 수 있는 반면 31명인 초과밀 국토위는 하루 종일 기다려도 두 번 이상 질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의원당 7분으로 발언시간을 줄여도 한 번씩 질의하는 데 무려 3시간37분이 걸린다.

첫 질의에 대한 보충질의 추가질의로 이어지는 순환 방식으로 피감기관의 문제점을 짚어내는 국감의 속성상 하루 2회에 그치는 질의로는 ‘수박 겉핥기식 국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토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10개의 질의를 준비했는데 하루 종일 기다려도 2개밖에 물을 수 없는 구조”라고 털어놨다.

상임위별 의원 쏠림 현상으로 20대 국회 상임위는 어느 때보다 인력 배치가 기형적이다. 13개 주요 상임위(운영위 정보위 여성가족위 제외) 가운데 소속 의원이 30명이 넘은 곳은 두 곳에 달한다. 국토위가 31명으로 대표적 초과밀 상임위로 꼽히는 가운데 각각 30명과 29명인 산업통상자원위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도 한 차례 질의 기회를 얻기까지 약 4시간 걸린다. 이렇다 보니 5~7분의 질의 시간 동안 소속 의원들은 호통, 질타성 발언만 쏟아내고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해)식의 질의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에 반해 환노위와 국방위 법제사법위(17명)는 의원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충분해 상대적으로 충실한 국감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라는 평가다.

의원들의 선호를 반영해야 하는 상임위 구성은 매번 여야 지도부의 골칫거리다. 20대 원 구성 당시에도 소위 ‘물 좋은’ 상임위로 꼽히는 국토위 산업통상자원위 기획재정위(26명) 정무위(24명) 등에는 의원들이 대거 몰렸다. 국토위는 지역 민원 해결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의원들이 원내지도부에 로비를 벌일 정도고 경쟁이 치열하다. 산업통상위도 한국전력 등 알짜 피감기관이 많아 지역구 의원들의 선호 상임위로 꼽힌다.

반면 골치 아픈 노동 이슈가 많은 환노위와 후원금 모집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국방위는 대표 기피 상임위로 꼽혔다. 그나마 환노위에 한국노총 간부 출신과 노조위원장 출신들이 배치돼 전문성을 살렸지만 국방위는 지원자가 없어 전임 여야 원내대표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는 바람에 전임 원내대표 사랑방이나 다름없다. 여당 국방위원 5명 가운데 김진표 우상호 이종걸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다. 야당에선 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국방위에 속해 있다.

국회 상임위는 ‘국회 상임위 위원 정수에 관한 규칙’을 통해 상임위 규모를 정하고 있으며 여야 지도부가 원 구성 협상 때 의원 수와 피감기관 규모, 의원 선호도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국감 대상 기관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특정 상임위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내실 있는 국감이 더욱 어려워지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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