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임기 중 시흥캠퍼스 안착과 법인화법 개정 두 가지는 확실히 챙기겠다”
내년 퇴임을 앞둔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13일 열린 서울대 71주년 개교기념식에서 1년 간 서울대의 핵심 추진 과제를 밝혔다. 성 총장은 “이는 오랜기간 풀리지 않았던 난제들”이라며 “어렵더라도 꼭 임기내 완료해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성 총장의 기념사엔 위기 의식이 뭍어났다. 예정된 원고가 있었지만 그는 시흥캠퍼스 사태로 불거진 학내 갈등과 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의 법인화법 개정 등 현안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성 총장은 228일이라는 국내 대학 역사상 유례 없는 초장기 본관 점거 등 학내 갈등 끝에 최근에야 본격적인 조성에 착수한 시흥캠퍼스의 비전을 밝혔다. 성 총장은 “지난 1년 간 갈등은 더 좋은 시흥캠퍼스를 만들기 위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시흥캠퍼스는 국립대학법인으로서 공공성을 높이고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공간으로서 재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흥캠퍼스에 서울대가 새롭게 추진중인 대학원 두곳을 설립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국내 최초의 빅데이터 대학원인 데이터사이언스혁신대학원과 현재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을 발전시킨 통일평화인권대학원 등 두 곳이다. 성 총장은 “이들 대학원은 시흥캠퍼스가 국가적 과제인 4차 산업혁명 대응과 통일평화 연구의 중심지가 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 총장은 내년 예정된 시흥캠퍼스 개교를 앞두고 대학과 산업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산학클러스터 조성 사업 역시 착착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확정된 산학협력시설은 작년 2월 확정된 대우조선해양의 대형시험수조연구소 뿐이다. 성 총장은 “캠퍼스 내 연구소를 지어 공동연구를 하거나 인근에서 공장을 건립해 산학협력을 하고 싶다는 기업들의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학이 기존 울타리를 넘어 적극적으로 한국 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흥캠퍼스를 반대해 본관을 점거했던 학생들의 징계에 대해선 교육적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11월 말이면 새 총학생회가 들어서는데, 그 전에 현 학생회 학생들에게 내려진 징계 문제를 평화적이고 슬기롭게 풀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성 총장은 법인화법 개정도 남은 과제로 제시했다. 2011년 서울대는 국립대에서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했다. 과거 품목별 예산제 등 경직적 행정 관례에서 벗어나 인사 재정 상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이뤄진 법인화였지만 여전히 정부 통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성 총장이 취임한 2014년 이후 3년 넘게 법개정 논의가 이어지며 7개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서울대 내에서도 ‘법인화 무용론’이 심심찮게 제기된다. 법인화 이후 서울대는 수원, 평창 등에 있는 제2캠퍼스를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들과 수십억원대 조세 분쟁에 휘말렸다. 국립대일 땐 모든 부지가 면세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연구 또는 교육 목적으로 활용되는 부지 외엔 모두 과세된다. 연구 목적으로 조성된 학술림의 무상양도 문제를 놓고도 지자체와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해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똑같은 강연이나 칼럼 기고를 해도 서울대 교수들은 청탁금지법에 따라 다른 국립대 교수보다 시간당 10만원 적은 돈을 받는다. 국립대 평교수는 시간당 30만원, 서울대 교수는 20만원을 받도록 했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서울대는 행정기관이 아닌 공직유관기관에 속하기 때문이다. 학계에선 “전문성이나 사회적 수요가 아닌 소속 기관에 따라 지식의 가치가 평가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 총장은 “2010년 법통과 당시 충분한 준비없이 졸속 처리되면서 법인화법에 구멍이 많지만 여태껏 개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법 개정을 통해 국립대학법인 서울대의 법적 지위를 확실히 하고, 세금 등 여러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총장은 기념사를 마치며 ‘서울대의 국민적 신뢰 회복’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학내외 갈등이 표출되며 서울대가 누렸던 국민적 신뢰도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연 4500억원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아 운영되는 서울대가 연구와 교육을 통해 국가발전을 선도하는 역사적 소임을 다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자성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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