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유산 현장 리포트 (1)
[ 이현주 기자 ]
농업은 그동안 인간을 위한 식량 생산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충실해 왔다. 현대화 기계화 대형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가며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배가 부르고 뒤를 돌아보니, 주변 환경이 예전과 같지 않다. 반딧불이와 같은 환경친화적 동식물이 눈에 보이질 않는다. 각박해진 생태. 뭔가 문제가 있는 듯하다. 어떻게 해야 다시 예전과 같은 환경을 되살릴 수 있을까. 이와 같은 고민에서 시작된 게 농업유산 개념이다.
농업유산은 전통 농법을 고수하며 더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농업 활동을 하는 지역을 발굴해 보전하고 농업·농촌 자원을 유산화하는 작업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2002년 이후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을 주관하고 있다.
세계 중요 농업유산과 별개로 한국에서는 2013년부터 국가 중요 농업유산을 발굴해 선정하고 있다. 청산도 구들장논을 시작으로 제주 밭담, 구례 산수유농업, 담양 대나무밭, 금산 인삼농업, 하동 전통 차농업,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 등 10월 현재 전국 일곱 개 지역이 농업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농업유산의 가치는 농업유산의 선정 기준에 따라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식량, 생계 수단의 확보,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기능, 지식 시스템 및 적응 기술, 문화 가치체계 및 사회조직, 현저한 경관 등이 그것이다. 그중 최근 흐름을 반영한 핵심은 생태와 문화로 요약된다. 인간과 자연(생태), 인간과 인간(문화)의 치열한 관계 맺음으로 동식물과 경관 등 주변으로까지 파생돼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방식이 농업유산이 오랜 생명력을 지닐 수 있는 원동력이다.
윤원근 협성대 지역개발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무분별한 개발 방식에 회의를 갖기 시작하면서 재생이나 보존의 가치를 점차 주목하고 있다”며 “특히 농업유산의 보존 가치는 미래 산업 관점에서 볼 때도 성장의 동력이 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제도를 마련하고 올해로 5년째를 맞은 국가중요농업유산은 그동안 발굴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까지 일곱 개 지역을 발굴하고 선정하는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발굴 이후의 보전 및 활용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청산도와 제주도는 지난해 기간이 만료돼 지원이 끊긴 상황이며, 현재 보전 및 활용에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문제는 농업유산의 개념과 가치가 해당 지역 주민에게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상황에서 매년 새로운 ‘지정’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전과 전승, 활용이 없는 농업유산은 이대로 두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긴급 유산’으로서의 점검이 필요한 때다.
이현주 한경머니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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