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성 기자 ] 지주회사 체제로 새 출발한 롯데그룹이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주식매수청구 대응에 필요한 자금 중 상당액을 마련했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푸드는 지난 12일 3개월 만기 CP 11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지난달 29일 롯데쇼핑(1000억원)과 롯데제과(2400억원)에 이어 또 한 번 롯데지주를 만든 계열사가 CP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이들 기업은 이번에 마련한 자금을 오는 17일 주주들이 매수해달라고 청구한 자사주를 사들이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12일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가 인적분할로 떼어낸 투자기업을 합병해 지주회사인 ‘롯데지주’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각사 주주들은 총 1조884억원어치 주식을 사달라고 청구했다. 롯데쇼핑의 매수 청구 규모가 5778억원으로 가장 많다. 롯데제과(2388억원) 롯데푸드(1680억원) 롯데칠성(1028억원)도 1000억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
롯데그룹이 단기자금인 CP를 적극 활용한 것은 절차가 간편해서다. 만기 1년 이하 CP는 발행내용과 투자위험 등을 공시할 의무가 없어 투자자 모집만 끝나면 곧바로 발행이 가능하다. 각사가 분할과 합병 내용을 담은 증권신고서 준비 부담이 가볍지 않은 상황에서 공모 회사채처럼 공시의무까지 있는 조달 방식을 선택할 필요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저렴한 자금조달 비용도 작용했다. 4개사 CP에 붙은 단기 신용등급은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높은 ‘A1’이다. 민간 채권평가사인 KIS채권평가 등이 시가평가한 1년 만기 A1등급 CP 금리는 연 1.74%(12일 기준)로 ‘AA+’등급 회사채(연 1.895%)보다 0.155%포인트 낮다. 롯데푸드(AA)를 제외한 3곳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모두 AA+다.
적지 않은 돈을 차입했지만 각 계열사 재무상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큰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주식을 롯데지주가 매입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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