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안이 언제 처리될지 기약도 없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추가 심사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국정감사가 겹치면서 결산안은 의원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렸다. 결산안 심사는 정부의 전년도 예산 씀씀이를 들여다본 뒤 문제가 있으면 각 부처에 시정을 요구하고, 다음 연도 예산에 반영하도록 하는 절차다.
일반 가정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가계부를 적고, 돈을 어떻게 썼는지 따져본다. 나라예산은 더 그래야 한다. 그러나 국회는 2011년만 빼고 결산안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정치공방에 밀려 ‘졸속 심사’를 되풀이해왔다. 결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도 여파가 미치게 된다. 야당은 결산안을 처리한 뒤 예산안 심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감을 예년보다 늦게 마치게 되면서 예산 심사는 촉박하게 진행해야 한다. 10월 중순께 국감을 끝내고 예산 심사에 들어가는 게 보통이지만, 올해는 국감이 이달 31일까지 열린다. 법정시한(12월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11월에 심사일정을 마쳐야 한다. 정부 종합보고만 해도 며칠 걸리는 데다, 16개 상임위별 심사 후 예결위 전체회의 및 소위 심사, 정부와 최종 조율 등을 거치려면 한 달만으로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더욱이 내년 예산 규모는 9년 만에 최고로 증가(7.1%)한 429조원으로, ‘슈퍼예산’이란 소리가 나온다. 규모는 큰데 심사 기간은 짧고, 대폭 늘어난 복지 예산 등 쟁점거리는 많다. 막판 ‘몰아치기’ 관행이 재연되면서 졸속·날림심사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부가 나라살림을 허투루 하지 않았는지, 예산안에 낭비요인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피는 것은 국회 본연의 업무다. 여야가 이걸 망각한 채 “적폐” “신적폐”를 외쳐본들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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