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재 중량 제약…달탐사 불가능
북핵 위기로 미사일 지침 개정
우주발사체 분야는 여전히 제외
[ 박근태 기자 ] 한국은 2019년 독자 기술로 개발한 첫 우주로켓인 한국형 발사체(KSLV-2)를 쏘아올린다. 당초 이듬해인 2020년 하반기에는 한국형 발사체에 궤도선과 착륙선을 실어 달에 보내는 달 탐사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었다. 비록 추진 일정이 잠정 연기됐지만 한국형 발사체는 지금대로라면 달 탐사선과 궤도선을 실어나르지 못하거나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공산이 크다.
우주발사체에 사용하는 고체연료 로켓을 제한하는 ‘한·미 미사일 지침’에 걸려 개발에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실험에 맞서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늘리기 위해 지침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2012년 지침 개정 때와 마찬가지로 우주발사체 자력 개발을 제한하는 독소조항에 대한 개정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족쇄 찬 한국 우주개발
현행 한·미 미사일 지침은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뿐 아니라 우주로켓 개발에 필요한 고체로켓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추력은 로켓이 중력을 이기고 물체를 우주로 밀어내는 힘으로 로켓 성능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현재 한국이 제조할 수 있는 고체로켓의 총추력은 100만파운드·초 이하로 제한된다. 500㎏의 물체를 300㎞ 이상 운반할 때 필요한 힘과 맞먹는다. 이는 2012년 지침이 개정되기 전 사거리 300㎞ 미사일에 적용되던 기준이다. 2013년 발사한 나로호 상단에 사용된 고체로켓도 이 기준에 맞는 8t급 추력을 갖췄다. 당시 나로호는 100㎏짜리 위성을 우주로 올리는 힘밖에 내지 못했다.
고체로켓은 구조가 간단하고 제작비가 싸지만 큰 힘을 낸다. 하지만 군용 미사일로 전용이 가능하다 보니 한·미 미사일 지침의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이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는 75t과 7t의 액체로켓을 쓴다. 액체연료 로켓은 고체로켓에 비해 제어가 쉽지만 순간 추진력이 약한 단점이 있다. 지금의 한국형 발사체로 38만㎞ 떨어진 달에 2.5t의 궤도선을 보내려면 고체로켓을 추가로 붙여야 한다. 하지만 현재 기준이라면 고체로켓 외에도 액체로켓을 추가로 붙여야 하는 실정이다.
◆남들 다 쓰는 고체로켓 한국만 못 써
로켓 전문가들은 현재 미사일 지침이 계속 유지되는 한 한국은 액체로켓에만 의존하는 반쪽짜리 로켓 개발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전에도 수차례 미사일 사정거리와 탄두 중량을 확대하는 개정이 있었지만 우주발사체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2012년 개정 협상에서는 미사일 사거리를 800㎞ 늘리는 데 그쳤다. 현행 지침엔 우주발사체는 액체로켓은 사거리와 탑재 중량에 제한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고체로켓은 100만파운드·초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소형위성 빼고는 고체로켓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남겨 놓은 것이다. 고체로켓 추력을 늘려 한국형 발사체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는 데도 제한이 걸렸다.
반면 미국의 우주왕복선을 비롯해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로켓인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도 고체 보조로켓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 역시 엡실론 로켓과 M-V 로켓, 유럽의 베가, 인도의 PSLV 로켓도 고체 로켓을 쓰고 있다. 일각에선 지금의 지침만 놓고 봐도 우주발사체의 경우 600만파운드·초까지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국회의원 등 여야 의원 27명은 지난 9월 한·미 미사일 지침 폐지를 위한 결의안을 냈다. 정부는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기로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늘리는 지침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협상 의제에 우주발사체 분야가 포함됐는지 불분명하다”며 “군사주권은 물론 우주발사체 개발까지 가로막는 한·미 미사일 지침은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배태민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지침 개정 협상이 아직 진행된 것은 없다”며 “고체로켓이 우주개발에 제약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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