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분양시장에선 ‘현금 부자’들이 웃었다. 규제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금동원력이 부족한 이들은 강남 진입을 엄두도 낼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지난 14일 진행한 ‘래미안강남포레스트’ 미계약 물량 분양은 1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36가구 분양에 1200명이 몰려 3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차 계약금 5000만원을 현장에서 현금으로 내야했지만 당첨자들은 수표 등으로 이를 결제하고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낙첨된 이들까지 포함하면 이날 현장엔 약 600억원의 현금이 모였던 셈이다.
이 아파트는 3.3.㎡당 분양가가 4160만원대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로또 분양’이란 말이 나왔다. 입주 시점 아파트값이 주변 시세에 수렴할 경우 수천만원의 웃돈이 보장돼서다. 1순위 청약 당시 평균 4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계약은 부진했다. 모든 주택형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대출 보증이 제한된 데다 시공사인 삼성물산도 자체 보증을 하지 않아서다. 전용면적 59㎡ 당첨자는 6억원 중반대의 중도금을 스스로 조달해야 하는 셈이다. 계약금까지 포함하면 7~8억원의 자금동원력이 있어야 한다.
자금 여력이 없는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고 예비당첨자들도 대부분 계약에 나서지 않으면서 일각에선 미분양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미계약 물량(36가구)은 일반분양분(185가구)의 20%였다.
하지만 선착순 분양에서 상황이 달라졌다. 인기를 끌었던 이 단지의 선착순 분양엔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한 수요자들이 일부 몰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착순 분양은 청약순위에서 밀린 다주택자나 청약통장이 없는 이들도 참여할 수 있다. 당첨되면 직접 동·호수를 선택할 수도 있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HUG가 9억원 이상 아파트의 중도금대출 보증을 제한하면서부터 강남 분양시장은 ‘현금 부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래미안강남포레스트의 완판은 분양가와 관계없이 강남에 입성하려는 수요를 말해준다”고 말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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