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재판 6개월은 참담한 시간…정치보복, 저로 끝났으면 좋겠다"

입력 2017-10-16 17:41   수정 2017-10-1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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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재판 첫 입 연 박 전 대통령
'재판부 불신임' 폭탄발언 왜?

재구속 결정에 무력감
"부정청탁 들어준 적 없다는 점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밝혀져"

법조계 "재판부 탄핵하며 승부수"

변호인단 사퇴…재판 파행 예고
유영하 "추가영장은 사법부 흑역사"



[ 고윤상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재판을 보이콧한 것은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이례적이다. 종종 있는 ‘재판부 기피신청’과는 결이 다른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는 평가다. 한 법조계 인사는 “탄핵된 대통령이 재판부를 탄핵하겠다고 공세를 취한 모양새”라며 “고도의 정치 행위”라고 말했다.

◆“보복 끝났으면…모든 책임 지겠다”

유영하 변호사가 “피고인이 말씀드릴 게 있다”며 발언권을 받아내자 박 전 대통령은 안경을 낀 채 자리에 앉아 준비해온 원고를 들고 읽었다. 탄핵심판까지 통틀어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입을 연 순간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없다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믿음과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심신의 고통을 견뎠다”며 “그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재판 과정에서도 해당 부분(부정 청탁)이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재판은 재판부 뜻에 맡기겠다”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법치의 이름으로 한 정치 보복은 저로 끝났으면 좋겠다”며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모든 공직자와 기업인들에게는 관용이 있기를 바란다”며 발언을 마쳤다.

재판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면서 변호인단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며 휴정을 선언했다. 잠시 후 다시 열린 재판에서 유 변호사는 “무죄추정과 불구속 재판 원칙이 무너지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어떤 변론도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변호인들은 허허롭고 살기가 가득한 이 법정에 피고인을 홀로 두고 떠난다”고 울먹였다. 또 “추가 영장 발부는 사법부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파행…“국선 변호인 접견도 거부 예정”

박 전 대통령 측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 재발부 결정 이전부터 재판정에서의 발언을 작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 재발부가 되지 않으면 1심 이후에 했을 직접 발언이 재발부로 인해 당겨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발언 내용도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썼다고 전했다.

변호인단 총사퇴 결정은 유영하·이상철·채명성 변호사의 공동 건의에 따라 이뤄졌다. 재판부 기피신청이나 영장 재발부에 대한 항고 등 다른 법적 절차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게 변호인단의 판단이다.

향후 재판은 사실상 파행이 될 전망이다. 우선 재판부는 국선 변호인을 지정해야 한다. 하지만 무늬만 변호인에 그칠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 측 관계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국선 변호인 접견 자체를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재판 출석 자체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피고인 없이도 재판은 진행할 수 있지만 피고인 최종 신문 등 형사재판의 결정적 절차가 빠지게 된다.

검찰은 유감의 뜻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 발부는 적법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향후 신속·공정한 재판을 위해 피고인 측이 협조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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