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장에 이어 R&D마저 공동화 부추기는 정책들

입력 2017-10-1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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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대기업들이 연구개발(R&D) 투자를 한 뒤 법인세 공제를 받는 비율이 최근 4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한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서 드러난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이들 대기업의 2016년 신고 기준 R&D 투자 공제율은 4.0%로 2013년 13.5%, 2014년 10.2%, 2015년 10.1%에 비해 크게 줄었다. 대기업 R&D 투자 세액공제를 축소하는 세법 개정이 거듭된 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우려되는 것은 이런 정책은 필경 기업의 미래 먹거리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시기적으로 보면 박근혜 정부가 ‘증세 없는 세수’를 내걸고 대기업 R&D 세액공제를 축소한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그렇게만 볼 수도 없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도 줄기차게 대기업 R&D 세액공제 축소를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여야 합작품이라고 해야 맞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R&D 세액공제와 관련해 대기업 기본공제율 1%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것도 부족해 대기업 R&D 세액공제를 더 줄이겠다는 법안이 줄줄이 발의되고 있다.

R&D 세액공제 축소 부작용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최근 1159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조사에서 R&D 투자와 연구인력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이 85.7%에 달했다. 주요국 50대 기업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에서 한국은 3.0%로 미국(8.5%), 일본(5.0%), 독일(4.3%), 영국(3.6%) 등에 뒤처진 가운데, 한국 대표 기업 R&D 투자에도 빨간불이 켜졌음은 물론이다. 매출 기준 20대 기업 R&D 투자가 전체 기업 R&D 투자의 50%에 달하는 한국에서 대기업 R&D 위축에 따른 악영향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한국이 역주행하는 사이 밖에선 대·중소기업을 불문하고 R&D 세액공제를 늘리고 있다. 공장의 한국 탈출에 이어 R&D까지 공동화(空洞化) 대열에 가세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미래 일자리와 성장잠재력을 함께 날리는 R&D 투자 세액공제 축소는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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