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보다 130여년 앞선 것으로 알려진 고려금속활자인 ‘증도가자’의 보물지정 신청이 언제 부결됐습니까?” “금년 4월 초반으로 압니다만….”
이렇게 말문을 유 위원장은 “그동안의 경과를 살펴보니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 심의과정을 보면 할 수 있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지정해야겠다고 움직이기보다 안 할 수 있으면 어떻게든 (지정을) 안 해야겠다고 끌어온 점이 역력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만약 진품으로 확인되고 인정되면 세계금속활자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하지 않나. 그에 대한 기초학술조사 연구용역을 2014년에 1억8000만원을 들여서 했는데 결론이 뭐였나. 진짜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로 알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증도가자는 불교 서적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금속활자다. ‘증도가자’가 진품으로 공인되면 1377년 간행된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관련 유물이 된다. 이럴 경우 한국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과 최고의 금속활자를 동시에 인증받게 된다. 하지만 증도가자는 공개된 지 7년이 지나도록 진위 공방이 이어졌다. 지난 4월 문화재위원회가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없다며 지정 신청을 부결한 이후 소장자와 학자 등은 “비전문가들이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배제하고 내린 결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유 위원장은 증도가자에 대한 문화재청의 그간 심의과정을 조목조목 열거하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문화재청은 2015년 기존의 기초학술조사 연구용역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을 배제한 채 지정조사단을 구성해 1년 6개월 위한 연구,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증도가자에 남아있는 먹의 연대를 12세기 초~13세기로 추정했다. 그러나 활자의 역사성을 추정하는 것은 현 수준에서는 미흡하므로 신청활자를 문화재로 당장 지정하기보다는 검증방법이 더 개발, 발전될 때까지는 유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2016년 12월 결론을 내고 보고서를 냈다.
그러나 지난 4월 문화재위원회는 세 가지로 보물지정을 부결시켰다. 서체비교, 조판실험, 출처와 소장 경위 등이 이유였다. 방사성탄소연대 측정을 비롯한 과학적 분석에 의하면 고려시대에 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위원회는 부결시키기로 의결했다.
유 위원장은 “연구용역 결과와 지정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면 보류를 해야지 왜 부결을 했나. 고려시대 유물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부결 쪽으로 몰고가려고 (문화재청이)안달을 부린 흔적이 역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문화재위원회 심의 과정을 보면 지정을 안 할 수 있으면 안하려는 것”이라며 “관련 전문가들의 파벌과 알력에 의해 부결 쪽으로 몰고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제가 그 당시에 (문화재청에)없어서 조심스럽다. 연구용역과 지정조사단, 위원회가 내린 결론은 (활자와)실제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없어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비켜나갔다. 그러자 유 위원장은 “문화재위원회의 회의록을 자세히 보고 이 위원회가 설치된 이후 조사단의 의견과 배치하는 결론을 내린 경우 있는지, 문화재청장이 위원회의 심의 의결과 다른 결정 내린 적이 있는지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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