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에 밑그림 그려
구글·IBM 등 75개 기업의 R&D센터 입주
미국 국가안보국도 멤버로 참여
대학·기업들과 빅데이터 등 연구
연구자금 15% 기업서 나와
NCSU, 스타트업 100개 배출
[ 박동휘 기자 ]
‘산학일체.’ 미국 대학가에 불고 있는 신(新)조류다. 올초 조지아공대(조지아텍)가 3억7500만달러(약 4238억원)를 들여 ‘코다(Coda)’라는 건물을 짓기로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애틀랜타 도심 테크스퀘어에 들어설 이 건물엔 조지아텍의 컴퓨팅센터를 비롯해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미국 주요 대학은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다. 전에 없던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실현할 인재를 배출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의체 등 새로운 산업들이 대학 연구실에서 태동했다. 이를 가능케 한 힘은 산학협력이다. 미국 남부에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SU)는 산학협력 전용 공간인 센테니얼 캠퍼스를 조성하는 데 약 10억달러를 투자했을 정도다.
◆장기 투자의 힘
센테니얼 캠퍼스의 위상은 미국에서도 독보적이다. 호텔, 컨벤션센터, 골프코스까지 구비하고 있는 등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현재까지 지어진 빌딩만 45개다. 산학협력 전용 캠퍼스를 설립한다는 구상은 1980년대에 나왔다. 믈라덴 A 보크 NCSU 부총장은 “당시 주지사였던 짐 헌트가 주(州)가 갖고 있던 토지를 1984년 대학에 양도한 게 출발점이었다”며 “IBM이 연구개발(R&D)센터를 센테니얼 캠퍼스로 이전하기로 결정하면서 다른 기업들도 물밀 듯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확장 중인 센테니얼 캠퍼스엔 IBM을 비롯해 구글, 이스트먼케미컬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기업 75개의 R&D센터가 입주해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등 정부기관도 전체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대학, 기업, 정부가 센테니얼 캠퍼스라는 한 공간에서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NCSU 내 빅데이터 연구의 핵심 조직인 LAS(분석과학연구소)는 ‘산학일체’의 전형이다. 6300만달러(약 714억원)의 연구기금을 조성해 2년 전 설립됐는데 IBM, 시스코, SAS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NCSU라는 한 지붕 아래 뭉쳤다. 미 국가안보국(NSA)도 LAS ‘멤버’ 중 하나다.
이 같은 구성방식의 독특함은 서울대와 비교하면 확연해진다. 서울대도 빅데이터연구원을 올해 개원했지만 대학 예산으로만 세운 ‘홀로’ 연구소다. 기업도, 정부기관 어느 곳도 돈을 대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분야에서 산학협력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성공 모델 확산
산·학의 화학적 결합은 다양한 시너지를 낸다. 기업은 작은 투자로 큰 결실을 거둘 수 있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보안 솔루션인 녹스(KNOX)도 NCSU 연구실에서 시작됐다. 이인종 교수(현 삼성전자 부사장)가 삼성 등의 지원을 받아 개발에 성공했다. 이스트먼케미컬만 해도 매년 100만달러(약 11억원)를 교수 및 대학원생들의 새로운 아이디어에 투자한다.
보크 부총장은 “센테니얼 캠퍼스 내 전체 연구자금 중 15%가량이 기업에서 나오는 돈”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대학의 연구기금 중 기업 자금 비중이 평균 5% 정도다. 덕분에 NCSU는 연간 연구자금을 가장 많이 쓰는 대학 5위에 올라 있다. 대학으로선 졸업생들의 취업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NCSU 공대생들은 1년간 의무적으로 입주 기업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는데 졸업 후 대부분 실제 채용으로 이어진다.
NCSU 모델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의회는 센테니얼 캠퍼스의 성공을 확산시키기 위해 2000년 ‘밀레니얼 캠퍼스 액트’라는 법을 제정했다. 대학 이사회가 대학 소유의 부동산을 산학일체형 혁신 캠퍼스로 개발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 장벽을 없앤 게 법의 골자다. 2015년부턴 이스트캐롤라이나 지역 대학들이 NCSU 모델로 새로운 캠퍼스를 조성 중이다. 조지아텍의 ‘코다’ 프로젝트도 같은 맥락이다.
◆대학 중심의 지역발전
산학협력의 ‘메카’로 부상했지만 NCSU도 한때는 교수들의 순혈주의 탓에 정체기를 겪었다. 루이스 A 마틴 베가 NCSU 공대 학장은 “1976년에 앤서니 제임스 바가 SAS를 창업할 무렵만 해도 교수들 사이에선 창업은 장사꾼이나 하는 일이라는 비판이 많았다”고 했다. 결국 SAS 창업자는 교수직을 그만둬야 했다. 그러다 SAS가 16개 자회사를 가진, 매출 3조원을 웃도는 글로벌 IT 기업으로 성장하는 등 성공 사례로 각인되자 ‘기업가정신’이란 DNA가 NCSU 전체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현재 NCSU가 배출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100여 개에 달한다. 레드햇, 크리 등이 NCSU에서 나온 회사들이다. 특허 및 스타트업 숫자로는 미국 내 3위(의대가 없는 70개 대학 기준)다. NCSU의 성공은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TP)라는 인근 산학협력 단지와의 협력을 통해 더욱 강화됐다.
롤리=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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