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리커창 제외한 나머지 상무위원 5인 촉각
마오쩌둥 사후 폐지했던 당 주석
35년 만에 부활 땐 1인체제 공고화
천민얼·후춘화 등 후계 예측 난무
'시진핑 사상' 당장에 명기 여부
'시진핑 오른팔' 왕치산 거취 등 관심
[ 베이징=강동균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 권력 구조와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다. 시 주석은 이날 지난 5년간의 성과와 향후 5년 동안의 청사진을 담은 19기 업무보고를 한다. 폐막일인 24일에는 2287명의 전국대표가 205명의 19기 중앙위원회 위원과 105명 안팎의 후보 중앙위원을 선출한다. 다음날인 25일엔 19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열어 차기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을 뽑는다.
이번 당대회의 관심은 시 주석 1인 체제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강화될지에 쏠리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시진핑 사상’ 당장에 명기될까
중국에서 공산당의 당헌인 당장(黨章)은 헌법보다 실질적으로 우위에 있다. 당장에 명기된 내용에 따라 정치 시스템이 작동하고 경제·문화 등 사회 전반의 체계가 구성된다.
지난 14일 18기 중앙위원회 제7차 전체회의(7중전회)가 끝난 뒤 발표된 공보를 통해 봤을 때 시 주석의 통치철학(治國理政·치국이정)’이 어떤 형식으로든 당장에 반영될 것이란 사실은 분명해졌다. 다만 ‘마오쩌둥(毛澤東) 사상’이나 ‘덩샤오핑(鄧小平) 이론’과 같이 ‘시진핑’이란 이름이 들어갈지와 어떤 명칭이 붙여질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공산당 당장엔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론과 과학적 발전관을 행동지침으로 삼는다”고 규정돼 있다. 3개 대표론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지도이념이고, 과학적 발전관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제창한 것이다. 마오쩌둥·덩샤오핑과 달리 장쩌민·후진타오 두 사람의 이름은 포함돼 있지 않다. 시 주석의 이름이 들어가느냐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시 주석의 이름이 들어가고, 사상이란 표현까지 붙으면 시 주석의 권력이 덩샤오핑을 넘어 마오쩌둥 반열까지 오르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장 개정안은 폐막일인 24일 처리될 예정이다.
◆시진핑 후계자 나올까
이번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후계자가 등장할지, 나온다면 누가 될지도 관심사다. 전망은 엇갈린다. 공산당 주석직이 부활해 시 주석이 그 자리를 맡을 것이란 보도부터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서기와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당서기가 경합 중이라는 등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이미 당 총서기·국가주석·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당·정·군(黨政軍)을 장악한 시 주석이 당주석에까지 오르면 후계자는 지명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당주석은 공산당 조직 정점에 ‘중앙위원회 주석(당주석)’을 만들고 그 아래에 사실상 보좌진으로 여러 명의 부주석을 두는 제도를 말한다.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7명에 의한 집단지도체제가 아니라 시진핑 1인 체제로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82년 폐지된 당주석은 마오쩌둥만이 지냈을 뿐이다. 시 주석이 이 자리를 꿰찬다면 완벽한 1인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다만 집단지도체제의 사문화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당주석직 부활에 당내 반감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주석직 부활이 불발에 그치면 후계자 윤곽이 드러날 공산이 크다. 시 주석은 2007년 17차 당대회를 통해 중앙위원에서 상무위원으로 두 단계 승진하며 최고지도자 자리를 예약했다. 후계자로는 천민얼 서기와 후춘화 서기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천 서기를 더 주목하고 있다. 천 서기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저장성 당서기였던 시 주석 밑에서 선전부장을 지내며 신뢰를 얻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17일 공산당 소식통을 인용해 천 서기가 상무위원으로 추대되고,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부주석으로 취임한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전임자인 후진타오 전 주석이 국가부주석과 상무위원을 5년간 겸임한 뒤 국가주석에 올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천 서기가 후계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일각에선 시 주석이 당주석을 맡는 대신 후 서기가 후계자로 낙점되는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7상8하’ 관례 깨질까
시 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69)가 상무위원으로 남을지도 주목된다. 당대회가 열리는 해에 만 67세가 되는 정치국원 이상 간부는 유임하고 68세는 퇴임한다는 ‘7상8하’ 규정에 따르면 왕 서기는 이번에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그가 유임돼 이 규정이 깨지면 시 주석이 69세가 되는 2022년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동안 왕 서기의 거취를 놓고 논란이 많았지만 최근엔 퇴임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그렇게 되면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외하고 다섯 명의 상무위원이 7상8하 규정에 따라 모두 물러나게 된다.
차기 상무위원 후보로는 천 서기와 후 서기, 리잔수 당 중앙판공청 주임(청와대 비서실장 격), 왕양 부총리, 한정 상하이시 당서기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자오러지 당 중앙조직부장과 왕후닝 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리위안차오 국가부주석, 리창 장쑤성 당서기, 장칭웨이 헤이룽장성 당서기 등의 진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 주석 1인 체제 강화를 위해 19기 상무위원이 기존 7명에서 5명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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