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KOSPI)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며 18일 장중 2490선을 넘어섰다.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2500 고지' 점령을 눈앞에 둔 것이다.
다만 2500선 돌파 이후 지수의 상승 탄력이 둔해질 수 있다고 증시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에 여유가 없어서다. 이 시기부터는 턴어라운드(급격한 실적개선) 가능한 가치주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서 단 하루를 제외하고 날마다 올랐다. 추석 연휴 이전에만 하더라도 2370~2390선을 오가던 지수는 10여일(거래일 기준) 만에 100포인트 가량 뛰었다.
연내 2500선 위에 안착하고 26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경기회복과 기업이익의 증가가 지수게 강력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연휴 이후 코스피의 사상 최고치 행진은 본격적인 2차 상승 추세의 시작으로 보인다"면서 "정보기술(IT) 주도주와 수급주체 외국인이 지수의 상승을 이끌고 있고 3분기 실적시즌에 발맞춰 리레이팅(주가 재평가)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4분기(10~12월)부터는 특히 연말 배당 기대감과 스튜어드십 코드(기관의 의결권 행사 자율지침) 도입 이슈가 맞물리는 시점. 이에 따라 코스피 디스카운트 요인들(복잡한 기업 지배구조·재벌에 편중된 이익·낮은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 등)이 제거되거나 약화될 수 있다고 이 연구원은 예상했다.
그렇지만 2500선을 넘어갈 경우 지수의 상승 탄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시황분석팀 연구원은 "과거를 돌이켜보면 코스피는 매번 500포인트 단위마다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1990년을 기준으로 코스피는 네 번의 시도 끝에 1000포인트 돌파에 나선 다음 1500포인트까지 약 1년 정도 소요됐다"고 전했다.
이어 "2000포인트 돌파는 무려 10년이 걸렸는데 이 같은 결과로 볼 때 새로운 마디선인 2500포인트에 안착하기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에 여유가 없는 상황. 김 연구원은 "현재 시장 컨센서스(기대치) 기준으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8배로 확인된다"며 "시장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10배에 근접한 상태인데 이것을 지수화하면 대략 2550포인트"라고 강조했다. 2550포인트가 잠재적인 저항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도주인 IT도 잠시 쉬어갈 수 있다. IT주는 현재 연초 대비 수익률이 50%에 달한다. 이는 벤치마크 수익률보다 27%포인트 가량 높은 수준인데 코스피가 2500 고지를 밟을 경우 차익실현 요구가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성장주가 주춤할 시기엔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질 가치주에 시장의 시선이 모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명간 미래에셋대우 퀀트전략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금리가 하락하는 국면에선 성장주가 아웃퍼폼하고, 금리가 상승하면 가치주가 오른다"며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9월 이후 금리 상승과 함께 가치주가 성장주 대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금리는 2016년 하반기를 저점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 국내 경기 회복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영향으로 갈수록 상승할 것"이라며 "더욱이 기업이익이 증가하는 국면이기 때문에 가치주가 성장주를 아웃퍼폼할 것"으로 예상했다.
두산인프라코어, 포스코대우, 효성, SK하이닉스, 영풍, SKC, 금호석유, 포스코, 대림산업, 삼성전자, 현대산업, 현대제철, KT, 하나금융지주, SK이노베이션 등(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12개월 선행 PER 10배 미만·PBR 1배 미만)이 이익 증가율이 높은 가치주로 꼽혔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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