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약세장에도…회사채 펀드 '꿋꿋'

입력 2017-10-18 18:14  

올들어 1.5% 수익률…채권형 펀드 평균보다 1.6배 높아

신용 좋아질 기업에 집중투자
안정적인 자본차익 얻어
글로벌 '통화긴축'은 부담



[ 하헌형 기자 ] 회사채와 금융채(은행·캐피털채)에 주로 투자하는 회사채 펀드가 시장 금리의 전반적인 상승세(채권 가격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시장 금리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들쭉날쭉한 다른 채권형 펀드와 달리 시장에서 저평가된 채권을 선별 매수해 안정적인 자본 차익을 거둔 덕분이다.


◆신용도 개선되는 종목 선별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4개 회사채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지난 17일 기준)은 1.50%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채권형 펀드 평균 수익률(0.93%)보다 1.6배가량 높다. 회사채 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1749억원으로 가장 많은 ‘한화코리아밸류채권’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52%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이승수 한화자산운용 픽스드인컴전략운용팀 부장은 “주식보다 변동성은 낮으면서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거나 과거 부진한 실적을 낸 여파로 시장에서 지나치게 싼값에 거래되는 채권을 주로 매입한다. 포스코대우(나이스신용평가 기준 신용등급 AA-)와 SK인천석유화학(A+)이 대표적이다. 한화자산운용이 지난해 매입한 이 회사채는 올 들어 각각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이 상향 조정되면서 채권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설정액 50억원)는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 사태 이후 시장에서 소외받은 A급(A+·A0·A-) 회사채를 집중 매수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 펀드는 올 들어 회사채 펀드 중 가장 높은 1.74% 수익률을 올렸다. 이미연 한국투자신탁운용 픽스드인컴운용본부 팀장은 “A급에 속해 있던 건설 조선 해운 등 ‘취약 업종’ 회사채의 등급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A급 회사채 신인도가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추세”라고 했다.

올 들어 신용등급 ‘A0’ 회사채의 평균 스프레드는 0.16%포인트 축소됐다. 회사채 스프레드는 만기가 같은 국고채와의 금리 격차를 나타낸 값으로, 이 수치가 좁혀질수록 회사채 가격이 오른다.

◆금리 상승기 대응 전략은

한국과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움직임에 시장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회사채 펀드에 부담 요인이다. 이승수 부장은 “다른 채권형 펀드처럼 보유 채권의 잔존 만기(듀레이션)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금리 상승기에 수익률이 하락하는 것을 방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통상 시장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기관투자가들이 보유한 회사채를 시가보다 싸게 처분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채권은 시장 금리가 안정된 뒤에 가격이 회복되면서 높은 자본 차익이 난다”고 말했다.

이미연 팀장은 “회사채는 국채보다 ‘수익률 곡선’(만기별 금리를 이어 붙인 곡선)의 기울기가 가파른 만큼 ‘롤링 효과’(잔존 만기가 줄어들수록 채권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를 잘 활용하면 금리 상승기에도 펀드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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