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다중대표소송제 밀어붙이기… 경제계 반대에도 '코드' 맞추는 법무부

입력 2017-10-1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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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과도한 시장 개입' 논란

경제분야 법무행정 쇄신안
집중투표제도 4년만에 입장 바꿔 추진
소송남발 우려…기업 경영환경 악화될 듯
최고이자율 낮추면 52만명 불법 사금융 노출



[ 김주완 기자 ]
집단소송제 확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경제계가 반대하는 각종 제도를 정부가 강행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경제 정의 실현이라는 취지로 입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며, 결국 기업 경영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논란 큰 상법개정안 밀어붙이기

법무부가 19일 내놓은 ‘법무행정 쇄신방향’의 핵심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반영한 입법 과제 추진이다. 법무부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담긴 ‘100대 국정운영 과제’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등을 바탕으로 적극 추진할 입법 과제를 자체적으로 꼽았다. 하지만 경제 분야와 관련된 입법 과제는 상당수 기업의 부담을 대폭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큰 내용을 담고 있다.


법무부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 정부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정치권에서 해당 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정부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해당 제도 추진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경제계에서는 다중대표소송제가 기업 경영을 뒤흔들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법인격을 무시하고 소송 남발을 부추기는 제도”라고 말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도 반발이 크다. 집중투표제는 두 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당 이사 후보자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예컨대 이사 세 명을 뽑을 때 한 주를 가진 주주는 세 표를 행사할 수 있다. 투기자본이나 소액주주가 힘을 합쳐 사외이사로 진출할 수 있어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는 제도로 꼽힌다. 전자투표제 의무화도 경영권 분쟁 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고금리 인하, 저소득층에 독”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런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추진됐지만 부작용이 크다는 여론에 중단됐다. 2013년 7월 법무부는 비슷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에서 주식회사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이라는 지탄을 받아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법무부가 태도를 바꿨다고 볼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 입장이 신중 검토에서 적극 추진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집단소송제 확대도 경제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법무부는 집단소송제 범위를 소액주주 구제에서 소비자 분야로 확대할 방침이다. 집단소송제는 일부 피해자가 가해 회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 다른 피해자들도 별도 소송 없이 해당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집단소송제 확대로 연비를 조작한 폭스바겐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과 같은 소비자 피해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무분별한 소송으로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멀쩡한 기업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만만찮다.

최고이자율 인하도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지적이다. 저신용자를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고금리가 낮아진 만큼 금융권에서 위험 관리를 강화하다 보니 저신용자의 대출이 막히면서 이들이 제도권 밖으로 떠밀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고이자율 20% 인하로 52만3000여 명이 사금융으로 밀려나고 빌려야 하는 돈의 규모는 9조3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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