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에 상여금 등 포함해야" 어수봉 위원장 말 맞다

입력 2017-10-19 18:20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정기 상여금과 교통비, 중식비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다. ‘개인적 소신’이란 전제를 달았지만, 그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포함한 제도 개선 책임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최저임금 산입 범위 대폭 확대를 요구하는 경영계와 이에 반대하는 노동계가 맞서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지금은 최저임금 산정 때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 등 매달 정기·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급여만 인정한다. 상여금이나 연장 근로수당, 교통비, 숙식비 등은 최저임금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실질임금 반영률이 63%에 불과하다. 산입 범위를 손대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 상여금 비중이 높은 고임금 근로자 임금을 더 끌어올려 고용 조건이 취약한 근로자와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현행 방식은 대부분의 선진국이 상여금, 성과급, 숙식비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하고 있는 것과도 대비된다.

어 위원장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취약계층 근로자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예상에 동의한다”고 한 대목에서도 진지한 현실 인식이 엿보인다. 정부는 ‘2020년 시급 1만원’을 목표로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역대 최대인 16.4%(시급 7530원) 인상했다. 이에 따라 예상되는 부작용은 적지 않다.

비숙련·저임금 근로자 고용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6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될 경우 응답한 중소기업인의 56%가 “신규 채용을 축소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주유소 음식점 PC방 등에 무인·자동화 설비가 등장하면서 기존 직원을 해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연말까지 최저임금 제도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저임금에 실질임금 반영 비율을 높이는 것과 함께 일본과 독일 등이 경제 형편에 따라 지역별·업종별로 차등 적용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고용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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