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지난달 투명성 제고와 공직윤리 강화 차원에서 ‘조사관의 직무 관련자 사적 만남 금지, 접촉 시 사전·사후 서면 보고’ 같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효성이 의심되는 데다, 우리 공직도 이제는 ‘금지·엄벌’ 일변도의 후진적 복무기강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공정위 일각에서 들려오는 ‘로비양성화법’ 도입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도 인사청문회에서 “등록된 사람만 접촉하고, 사후 보고토록 하는 미국 로비법을 공정위 업무 수행에 맞도록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로비·로비스트라는 말의 부정적 이미지와 불법 로비라는 잘못된 선례들 때문에 20년 넘게 논의 차원을 넘어서지 못해 온 게 로비양성화법이다. 하지만 로비스트는 엄격하게 등록시키고, 수임 등 활동 내용을 투명하게 신고하도록 하며, 세금 납부를 명확하게 한다면 불법 로비뿐 아니라 ‘전관예우’라는 범죄적 악습을 떨쳐내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김영삼 정부 때 제도 개선안부터 2015년 법무부의 ‘로비 활동 법제화 방안 용역’까지 정부 내 연구 성과도 적지 않다.
쉬운 일은 아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과 형법의 개정이 필요하고, 변호사업계는 물론 국회에 포진한 법조 출신 의원들도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입법 활동을 빌미로 불법 로비가 횡행하는 ‘여의도 정치’의 청산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취임식 등을 통해 ‘1호 사법개혁’으로 전관예우 타파를 약속했다. 대법원은 외부 인사를 대거 포함한 전관예우 근절 대책위원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의 방향이 주목된다. 로비 활동에 법적·사회적 책임을 명확히 부여하는 법제화에 공정위가 적극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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