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을 견딘 지은희, LPGA '우승 갈증' 풀었다

입력 2017-10-22 18:22  

스윙잉 스커츠 6타 차 정상
K골프 15승…시즌 최다승 타이



[ 최진석 기자 ]
2009년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거둔 지은희(31·한화)가 8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스윙잉 스커츠 타이완 챔피언십(총상금 220만달러·약 25억원) 정상에 올랐다. 이번에는 2위와 무려 6타 차이를 둔 여유 있는 우승이었다. 8년의 기다림 끝에 통산 3승째를 거둔 지은희는 2년 전 이 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쳤던 아쉬움도 함께 날렸다. 지은희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미국 무대에서 15승을 기록해 2015년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지은희는 22일 대만 타이베이 미라마르 골프CC(파72·6425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잡아내며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10언더파 단독 선두로 최종 4라운드를 출발한 지은희는 전날과 다름없는 정확한 샷감각을 보여줬다. 지은희는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20·PXG)와 신지은(25·한화)에게 6타 앞선 상황이라 여유가 있었지만 방심하지 않았다.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가며 꾸준하게 타수를 줄여갔다. 이날 리디아 고가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잡았으니 방심하거나 흔들렸다면 거센 추격을 받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은희 역시 버디 7개를 솎아내며 6타 차이를 유지했다. 리디아 고는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1~3라운드 내내 비바람이 몰아쳤다. 마지막 날이 돼서야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필드에 내리쬐었다. 지은희는 8년 전의 기억을 떠올린 듯 날씨에 개의치 않고 대회 기간 내내 ‘신들린 샷’을 선보였다.

그는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가 내렸던 지난 19일 1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기록했다. 이날 중계진은 “지은희 혼자 다른 골프장에서 경기하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2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기록한 지은희는 전날 3라운드에서도 2타를 줄이며 10언더파로 선두 자리를 지켰다.

이날도 정확한 아이언 샷으로 그린에 공을 올리며 타수를 줄였다. 퍼팅 실력도 전성기를 떠올리게 했다.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지은희가 세 번째 아이언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린 것을 보고 한 조로 경기하던 리디아 고가 “멋진 샷”이라고 감탄 섞인 칭찬을 할 정도였다.

2008년 웨그먼스 LPGA에서 처음 우승한 지은희는 이번 우승으로 통산 3승째를 수확했다. 8년 만의 우승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장식한 지은희는 “바람에 맞서 싸우지 않고 침착하게 내 게임에만 집중했다”며 “지난주 대회 때 훅이 많이 나서 백스윙을 교정했는데 그것도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지은희의 우승으로 한국 여자 선수들은 시즌 15승을 기록, 2015년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시즌 종료까지 4개 대회가 더 남아 있어 시즌 최다승 기록을 새로 쓸 가능성이 높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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