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치닫는 촛불…사분오열 쪼개지는 태극기

입력 2017-10-22 19:11  

변질된 구호가 점령한 서울 도심

미국 대사관 앞에 선 진보단체들
"북한 핵 개발은 한·미 군사훈련 탓"
트럼프 미치광이로 묘사하기도

태극기 집회는 여러 단체 난립
일부서 "한국당 자폭" 주장 나와



[ 성수영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 보이콧 의사를 밝힌 뒤 맞은 첫 주말인 지난 21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본격화된 지 1년이 됐지만 광화문 서울 도심은 여전히 진보와 보수진영의 여러 단체가 주최하는 집회로 혼란스럽다.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던 광화문 촛불집회는 이제 ‘트럼프는 전쟁광’이라는 구호를 앞세운 ‘반미(反美) 집회’로 변질되는 모습이다. 태극기집회도 내부 분열을 거듭하며 중구난방식 집회로 빠져들고 있다. 이날이 ‘경찰의 날’이었음에도 의경을 비롯한 38개 부대 경찰 3000명은 도심 전역에서 이어진 집회 현장을 하루 종일 뛰어다녔다.


◆反美가 점령한 광화문

‘2기 촛불혁명을 완수하겠다’며 여러 진보단체가 집회를 연 광화문 광장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규탄하고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는 구호 소리가 높았다. 시민단체 ‘평화어머니회’와 ‘전국 여성행동’은 세종대왕상 앞에서 오후 5시께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 형제자매간 증오를 부추기는 트럼프는 물러가라”고 외쳤다. “북이 핵을 개발한 건 한·미 군사훈련을 중지하라는 권고를 미국이 무시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내건 플래카드에는 영어로 ‘미친 트럼프가 도발한 전쟁에 자식을 내보내지 않겠다’는 글귀가 인쇄됐다.

지켜보는 행인의 절반은 외국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미치광이로 묘사한 캐리커처를 보는 이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평택기지에서 복무한다는 주한미군 상병(36)은 서툰 한국어로 “우리가 북한을 막고 있는데 한국인은 왜 우리를 싫어하느냐”며 “왜 내가 가족과 떨어져 여기 있어야 하나 싶어 슬프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45)는 “다른 나라 대통령을 도심 한복판의 그 나라 대사관 앞에서 모욕해서야 되겠느냐”며 “이들 주장이 한국인 전체 의견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라고 우려했다.

오후 7시쯤에는 평화단체를 자처하는 ‘통일의병’ 회원 50여 명이 광장 가운데를 행진하며 “군사행동에 반대한다”는 등의 반미 구호를 쏟아냈다. ‘민주주의자주통일 대학생협의회’도 KT광화문지사 건물 앞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를 외쳤다.

반면 촛불집회의 ‘원조’격인 4·16연대가 광화문 남측광장에서 연 촛불문화제 참석자는 200명 선에 그쳤다.


◆친박과 보수 ‘분열 또 분열’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 천명에 총동원령이 내려진 태극기집회도 기대에 못 미쳤다. 여러 단체가 난립한 탓에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서울서 집회를 연 굵직한 단체만 무죄석방 서명운동본부(대학로), 태극기시민혁명국민운동본부(대한문),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청계광장), 태극기행동본부(동화면세점 앞), 박 전 대통령 구명총연합(보신각) 등 다섯 곳에 달했다. 한 친박단체 대표는 “대선을 거치면서 사분오열된 데다 참여 시민을 이용해 사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이권 투쟁을 벌인 결과”라며 한탄했다. 보신각 앞 집회에 참여한 박태준 씨(49)는 “여기 모인 사람은 100명도 안 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찬박의 분열을 넘어 보수 내부 분열도 뚜렷하게 감지됐다. 집회 참가자들이 문재인 정부보다 ‘출당 결정’을 내린 자유한국당을 더 비난한 데서 잘 드러났다. 3500여 명이 모인 대학로에서는 ‘패륜아 홍준표 물러가라’ ‘부패정당 한국당 자폭하라’ 등의 구호가 울려퍼졌다. 연단에 오른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는 “한국당이 망해야 대한민국이 산다”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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