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85개 작품 중 12개 팀 수상
김정겸 감독 일반부 대상
옛 연인 취향·습관 기억하는 모습
송인찬 감독 청소년부 대상
조는 친구 얼굴에 커피 끼얹는 설정
[ 마지혜/양병훈 기자 ]
카메라가 카페 계산대 앞에서 뭘 주문할까 고민하는 여성을 비춘다. 한 남성의 목소리가 내레이션으로 깔린다. ‘에스프레소 샷 추가. 얼음잔은 따로 하나.’ 여성이 정말 그렇게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다. 에스프레소를 얼음잔에 붓는 여성을 보며 남성이 마음속으로 말한다. ‘반만 따르고 오른쪽으로 두 번 왼쪽으로 한 번. 시럽은 두 번.’ 여성이 정말 그렇게 잔을 돌린다. 모든 게 남성의 예상대로다.
그런데 여성이 시럽을 한 번밖에 넣지 않는다. 남성이 잠시 당황하는데 여성이 시럽 잔을 다시 들어 한 번 더 넣는다. 남성이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할 때 여성이 입을 연다. “너 옛날이랑 그대로다.” 남성도 대꾸한다. “그래?” 두 사람은 과거 한때를 같이 한 연인이거나 친구라는 얘기, 그때의 감정이 서로의 사소한 취향과 습관까지 다 기억할 만큼 짙었다는 게 영화 말미에 암시된다.
김정겸 감독이 ‘제2회 커피 29초영화제’에 출품한 29초 영상 ‘커피를 마시는 방법’의 내용이다. 이 작품은 지난 2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커피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열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일반부 대상을 받았다. 영상으로는 여성의 행동을, 내레이션으로는 남성의 마음속을 보여주며 서로에게 익숙한 두 사람이 서로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 박수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커피’를 주제로 이번 영화제를 열고 우리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는 커피에 대한 이야기와 커피에 얽힌 각종 에피소드를 모았다. 공모는 9월12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진행했다. 일반부에서 376개 작품, 청소년부에서 109개 작품 등 총 485개 작품이 접수됐다. 각 부 대상 1개 팀을 포함해 총 12개 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청소년부 대상은 ‘잠을 깨우는 커피’를 만든 송인찬 감독이 받았다. 작품은 나란히 앉아 공부하는 남학생 두 명을 비추며 시작된다. 꾸벅꾸벅 졸던 한 명의 고개가 책 위로 떨어지는 순간, 옆에 있던 학생이 자기 커피 컵 뚜껑을 연다. 커피 한 모금을 줄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영화는 관객의 예상을 산산조각낸다.
이 학생은 컵에 담긴 커피를 잠든 친구의 얼굴에 사정없이 끼얹는다. 졸던 학생이 당황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이 학생은 “잠 깰 때는 커피가 제격이지”라며 한쪽 눈을 장난스럽게 찡긋거린다. 얼굴에 커피가 묻은 친구가 “뭐래 이 미친놈이”라며 도망가는 친구를 쫓아 달린다. 두 학생의 유쾌한 모습 뒤에 “잠을 깨우는 건 커피가 최곱니다”라는 내레이션이 이어지자 시상식장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시상식장에는 폴바셋, 엔제리너스, 배스킨라빈스, 투썸플레이스, 동서식품, 한국야쿠르트 등 커피 유통업체가 부스를 차려놓고 제품을 홍보했다. 커피를 판매하는 곳도 있었고 참석자에게 시음용 커피를 무료로 나눠주는 곳도 있었다. 시상식 중간에는 밴드 ‘소란’이 축하공연을 해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시상식 관람자 가운데에는 이번 영화제 출품자 외에도 석촌호수로 나들이를 나왔다가 행사장에 들른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았다. 시상식 주최 측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아놔 방문객들이 편히 앉아 출품작과 축하공연을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은 “커피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사람들과 함께하는 음료”라며 “출품자를 비롯해 오늘 이 자리에 온 젊은이들의 앞날이 탄탄대로로 펼쳐졌으면 한다”고 했다.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은 “젊은 영화인들과 함께하니 나도 20~30년은 젊어지는 느낌”이라며 “여러분의 꿈을 마음껏 로스팅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혜/양병훈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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