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병리현상 생길 때 정부는 보완만 해야 하는데
선거 의식하다 시장 왜곡
경제에서 일정부분 손 떼고 결과를 기다릴 줄 알아야
건강한 경제생태계 복원
[ 김일규 기자 ] 한국 경제가 정치·사회에 종속되면서 생태계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생성→성장→소멸 또는 진화로 이어지는 자연생태계 순환 과정처럼 소멸 또는 진화의 갈림길에 섰다는 것이다. 경제생태계 복원을 위해 정치가 경제 분야에선 일정 부분 손을 떼고, 정부와 시장은 역할 분담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동북아시아지역 연구단체인 니어(NEAR)재단(이사장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사진)은 22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 경제생태계 보고서’를 발표했다. 니어재단이 2015년 초 정치·경제·사회학 등 분야별 교수를 중심으로 13명의 연구진을 구성해 연구한 결과물이다. 니어재단은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24일 한국경제학회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생태계 관점에서 본 한국 경제의 해법’ 세미나를 연다.
◆“기존 거시경제 정책 효과 미미”
연구팀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뒤 정부가 내놓은 각종 거시경제 정책의 효과가 미미하거나 단기에 그치는 현상에 주목했다. 이는 정치·사회생태계가 부정적인 작용을 하면서 경제생태계를 시들게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진단이다.
연구팀은 정치생태계가 5년 단임정권 체제에 따라 모든 것을 정권 임기 안에 끝내려는 조급함에 물들었다고 지적했다. 긴 안목으로 여러 정권에 걸쳐 이어가야 할 프로젝트 대신 임기 내 얻을 수 있는 표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료 역시 5년짜리 정권에 맞춰 처신하는 탓에 기업은 불확실성 속에 장기전략을 짜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생태계는 거대한 담합구조에 갇혔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완전 자유경쟁이 아닌 제한적 자유경쟁 구조가 빚어낸 사회 양극화가 공고해지고 있다는 게 연구팀의 진단이다. 비슷한 계층끼리 어울리는 ‘끼리끼리’ 담합구조는 갈등을 키우고, 정치는 이를 더 부추겨 건강한 경제생태계 형성까지 방해하고 있다고도 했다.
◆“정치가 경제에서 손 떼야”
연구팀은 경제생태계 복원을 위해선 정부와 시장의 역할 분담 체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본래 작동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을 살펴보되 병리 현상이 나타나면 조기 경보를 울리고 시스템을 보완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정부의 보완 과정에서 정치적 목적이 개입돼 시장을 왜곡시켰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특히 새로운 기업이 탄생하거나 경쟁에서 패배한 기업이 소멸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손을 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지금은 각종 규제 탓에 태어나야 할 기업은 태어나지 못하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 때문에 소멸해야 할 기업은 ‘좀비화’되면서 경제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제생태계 자체에 내재된 불완전경쟁 체제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담합 등 불공정거래, 비경쟁적 하도급 관행, 각종 기득권 보호장치 등을 대표적인 문제로 거론했다.
정덕구 이사장은 “다음에 찾아올 위기의 형태는 정치 경제 사회 각 부분의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정치가 이를 막으려다 재정 파탄을 일으키는 악순환적 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경제생태계를 복원하려면 정치적 결단에 의해 지속 가능한 정책을 세우고, 정치는 그 결과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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