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자치정부 해산…스페인 '일촉즉발'

입력 2017-10-22 20:36   수정 2017-10-23 05:54

"6개월 내 선거로 새정부 구성"
바르셀로나서 45만명 반대 시위

27일 의회 통과까지 고비
'극적 타결' vs '무력 충돌' 기로



[ 추가영 기자 ] 스페인 정부가 21일(현지시간)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카탈루냐자치주에 대해 ‘자치정부 해산’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이날 열린 긴급 국무회의에서 헌법 155조를 발동해 카탈루냐주 자치정부를 해산하고 6개월 안에 선거를 해 새 지방정부를 구성하기로 했다.

스페인 정부는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과 각 부처 장관들을 몰아내고 선거로 새 지방정부를 구성할 때까지 중앙정부에서 이 지역을 통치하겠다고 밝혔다. 라호이 총리는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아예 끝장내려는 것이 아니라 법의 테두리를 넘어 행동하는 이들의 임무를 없애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치정부 해산이 선거를 통해 새 정부가 구성되기 전까지의 과도기적 조치이지 완전히 자치권을 몰수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스페인 정부가 자치정부의 자치권을 박탈하기 위해 헌법 155조를 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78년 제정된 헌법 155조는 중앙정부에 불복종하거나 헌법을 위반하는 자치정부를 상대로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가 카탈루냐자치주의 치안과 예산, 방송통신 등 공공부문 전반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

스페인 중앙정부가 사상 초유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하면서 카탈루냐주 정부는 크게 반발했다. 푸지데몬 수반은 “프란시스코 프랑코 군부독재 이후 카탈루냐에 대한 최악의 공격”이라며 “민주적 태도가 아니며 법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탈루냐주는 1939~1975년 프랑코 독재정권 시절 자치권을 박탈당하고 카탈루냐어 사용이 금지되는 등 탄압을 받았다. 이날 바르셀로나 도심에서 열린 시위에는 시민 45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오는 27일 상원 전체회의에서 헌법 155조 발동안의 통과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양측이 극적으로 타결하거나 무력 충돌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스페인 상원은 집권 국민당(PP)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의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스페인 정부가 자치정부 수반 등을 축출하고, 자치경찰의 치안권을 박탈하면 카탈루냐 자치경찰 일부의 물리적 반발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이 전했다. 라호이 총리가 대화의 여지를 남겨뒀고,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양측이 극적으로 협상에 나서면서 헌법 155조 발동 절차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탈리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꼽히는 북부 두 개 주(롬바르디아주 베네토주)가 자치권 강화 찬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를 22일 치렀다. 이들 지역은 카탈루냐주와 마찬가지로 주정부에서 중앙정부로 보내는 세금만큼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불만이 커졌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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