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후 나몰라라'는 거부한다
네오밸류·내외주건·오시아홀딩스
자체 개발 브랜드 입점·운영 등 중장기 상권 활성화에 초점
"눈 높아진 상가 투자자, 이젠 미래가치 보고 베팅"
[ 김형규 기자 ] 2010년 이후 부동산 개발업에 뛰어든 2세대 디벨로퍼 세 명이 ‘분양만 하고 나 몰라라’ 하는 기존 상가 개발 관행에 도전하고 있다. 일정 부분 상가를 보유·운영하면서 전체 상권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뚝심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일부 중견업체가 한두 번 시도했다가 포기했지만 이들 디벨로퍼 3인방은 분양을 통한 단기 수익 극대화보다는 지속적인 상권 활성화 추진으로 중장기 가치 창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보유·운영으로 승부수
네오밸류는 인천 남구 도화도시개발사업지구에서 공급 중인 상업시설 ‘앨리웨이 인천’ 내 점포의 35%만 일반분양하고 있다. 회사 보유분 65%는 직접 운영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앞서 위례신도시에서 공급한 주상복합 ‘위례 아이파크’의 단지 내 상가인 ‘앨리웨이 위례’ 역시 40%를 보유하고 있다.
경기 구리갈매지구 주상복합 ‘갈매역 아이파크’의 상업시설인 아이파크 애비뉴는 189개 점포 중 159개를 일반에 공급하고 나머지는 소유하고 있다. 광교 아이파크 상업시설인 ‘광교 앨리웨이’는 전부 네오밸류가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앨리웨이라는 독자 상가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손지호 네오밸류 대표는 “대형 유통 3사에 버금가는 상업시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프랑스계 디벨로퍼인 오시아홀딩스도 상가를 보유·운영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2년 이후 인천 송도와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주상복합을, 세종시에서 아파트를 공급했다. 2005년 입주한 ‘송도 센트럴 푸르지오’의 상가 점포 67개는 100% 보유·운영 중이다. 또 내년 6월 입주할 예정인 ‘세종시 힐스테이트 3차’ 아파트 단지 내 상가 160여 개 중 65개를 보유·운영하기 위해 팔지 않고 있다.
올리비에 파이예 오시아홀딩스 대표는 “개발사업 기간을 3년 정도로 잡는 일반 시행사와 달리 7년 이상으로 정한다”며 “상권을 활성화한 뒤 매각하면 단지 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분양업체인 내외주건은 광주 광산구에서 개발하고 있는 복합쇼핑몰 ‘피크닉’의 분양 점포 122실 중 20%를 자체 보유하고 운영할 예정이다. 대형 유통업체와 연계한 상가 배치, 1000석 규모 영화관 등에 전통 맛집까지 더해 상권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전통시장·전통 맛집과 협업
이들은 자체 브랜드를 사용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임차인 유치에도 나서고 있다. 네오밸류는 전통시장 점포를 신도시 상가로 끌어들이는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김현철 네오밸류 본부장은 “대기업의 유통매장 같은 전통적인 앵커 테넌트는 개발회사가 지은 상가에 들어오기 힘들다”며 “새로운 키 테넌트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개발·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외주건은 20년 이상 한 지역에서 고유한 맛을 이어가는 노포(老鋪)와 청년 창업자를 연계하는 ‘대대손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전통 사업자는 청년 창업자에게 음식을 만드는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전통 사업자는 청년에게서 최신 트렌드를 배울 수 있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전통 맛집은 대를 이어갈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고, 청년은 일자리를 얻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위례 광교 등 신도시에서 디벨로퍼나 건설사가 수익형 부동산 투자 열기에 편승해 고가에 상가를 분양한 뒤 떠나버려 계약자들이 공실로 고통받고 있다”며 “2세대 디벨로퍼들의 시도가 ‘먹튀’ 분양이 사라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시도들이 나오면서 예비 투자자의 눈높이도 달라지고 있다. 분양가와 입지만을 고려해 공급받던 투자자들이 어떤 임차인이 들어오는지, 향후 전체 건물의 가치가 높아질 것인지 등도 평가하고 있다.
부동산 자산관리 업체인 에이치플랜에셋의 이동열 대표는 “요즘은 집합상가, 단지 내 상가라고 해서 무조건 분양받으려 하지 않는다”며 “수요자의 성향을 파악한 시행사들이 상권의 틀을 짜놓고 전체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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