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난대응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입력 2017-10-23 18:01  

신속 정확한 대처 필요한 재난대응
평상시 훈련 통한 매뉴얼 숙달 필요
국민 관심이 초동대응 성패 가른다

김찬오 < 서울과기대 교수·안전공학 >



적절한 재난대응 훈련을 통해 국민 안전을 확보한다는 취지의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이 13년차를 맞았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로 인해 매년 5월 실시하던 일정을 10월30일~11월3일로 늦췄다.

한국 재난관리체계의 바탕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다. 이 법은 재난 유형마다 재난관리책임기관이 재난관리 단계별(예방, 대비, 대응, 복구)로 해야 하는 임무와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재난대응 때 중요한 역할을 맡는 긴급구조기관의 임무와 역할, 각급 재난관리책임기관의 기능별 재난대응 활동계획(재난대응 공통·필수 13개 협업기능) 등도 명시하고 있다.

법에 나와 있는 재난관리 단계별로 이뤄지는 활동에 대한 규정은 덜 구체적이다. 재난 현장의 상황 단계별로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 활동을 펼침으로써 국민의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재난 유형과 상황 단계별로 각급 재난관리 책임기관의 임무·역할을 명시하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작성하고, 재난관리 참여 기관과 요원들로 하여금 숙지토록 하고 있다.

재난 상황이 벌어지면 법과 매뉴얼만으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재난 유형과 재난 상황을 가정해 매뉴얼에 명시한 대응 활동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 효과는 있는지 검증하고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검증과 개선은 각종 훈련과 연습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재난대응과 관련한 훈련과 연습은 매뉴얼을 검증하고 개선하는 효과도 있지만 재난 발생 때 신속·정확한 대응 활동을 즉시 펼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2014년 세월호 사고는 국가재난관리체계와 10여 년간 실시해온 재난대응 훈련에 의구심을 갖게 했다. 이를 개선하려는 많은 대책이 강구됐다. 하지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의 재난 상황을 맞아 우왕좌왕하는 재난대응 체계가 이어지는 것을 지켜본 국민은 여전히 우려감을 갖고 있다.

새 정부는 출범 직후 재난관리 전담조직을 행정안전부로 개편하면서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향점은 일사불란한 범국가적 재난대응 체계 구축이다.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도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에서 하고자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유관 기관은 물론 구성원 모두가 재난대응 훈련의 중요성을 인식토록 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재난대응 훈련의 주된 목표는 긴급구조기관 및 재난관리책임기관 소속 요원에 대한 역량 강화다. 정부 기관의 역량 강화만으로는 효과적인 재난대응에 한계가 있다. 국민 모두가 재난에 관심을 갖고 훈련에 적극 참여·협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국민이 재난에 대한 지식과 비상시 행동 요령을 인식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재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절대적 요소다. 재난 초기부터 긴급구조기관 출동까지 골든타임에 초동 대응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민간 부문과 국민의 역할이다. 이는 선진국 재난대응 체계에서 우리가 반드시 본받아야 할 대목이다.

올해 안전한국훈련 중점 추진 사항 가운데 하나는 국민 스스로 대처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국민 참여형 훈련의 확대다. 이를 바탕으로 선진국 수준의 재난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원한다.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는 안전한국을 굳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김찬오 < 서울과기대 교수·안전공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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