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퇴장하는 르노삼성 박동훈 사장이 남긴 것

입력 2017-10-24 09:30   수정 2017-10-24 10:01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65)이 이달 말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르노삼성은 오는 31일자로 박동훈 사장이 사임하고 도미니크 시뇨라 후임 대표가 다음달 1일부터 공식 업무를 맡게 됐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르노삼성 영업본부장(부사장)에서 지난해 4월 한국인 최초로 이 회사 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년6개월만에 퇴진 소식을 전했다. 2013년 9월 폭스바겐코리아 대표에서 완성차 업계로 이직, 르노삼성에서 보낸 기간만 따지면 4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박 사장 사임을 놓고 업계에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르노 본사와의 소통 불일치'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재판 건' '완성차 노사 협상의 피로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르노삼성의 공식 입장은 박 사장이 개인적인 일로 대표이사를 그만두겠다는 뜻을 르노 본사에 알린 것이지 경질성 인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박 사장을 잘 아는 지인들이나 그를 오랫동안 만나왔던 기자들은 르노 본사와의 충돌이 없었다면 평소 자동차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던 그가 완성차 대표 자리를 중도에 그만두진 않았을 것이란 평가를 내놓는다.

박 사장은 르노삼성에서 일하는 동안 '세그먼트 브레이커(차급 파괴자)', '우리만의 놀이터' 등 신선한 메시지를 업계에 전파했다. 현대·기아자동차 쪽으로 판세가 기울었던 내수 시장에서 QM3, SM6, QM6 등 새로운 차급의 히트 상품을 연달아 쏟아내면서 후발주자도 충분히 상위 랭커를 위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영업사원들에게 불어넣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박 사장은 현대차와는 다른, 르노삼성차 만의 호흡으로 르노삼성 만의 길을 걷자는 메시지를 강조했다"며 "영업 일선에선 이같은 메시지가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박 사장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박동훈의 힘은 '패배주의에서 할 수 있다'로 르노삼성의 체질을 바꿔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사장이 르노삼성에 합류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주력 세단 SM5, SM7이 예전 같은 인기를 끌지 못하는 등 국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던 때였다. 그가 르노삼성 영업 총괄로 자리를 옮긴 이후 이 회사의 연간 내수는 그해 6만대에서 지난해 11만1000여대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박 사장은 1980년대 말 한진건설 볼보사업부를 시작으로 '수입차 1세대'로 활약했다. 2005년 폭스바겐 한국법인 설립 때 초대 사장으로 취임해 2013년까지 해치백 골프, 중형세단 파사트 등의 수입 베스트셀링카를 키워냈다. 업계 30년 경력을 쌓는 동안 완성차 CEO 자리까지 올랐다. 사실 해볼 것은 다 해본 셈이다.

박 사장은 한 일간지와 가진 마지막 인터뷰에서 "이젠 30년간 몸담았던 자동차 업계를 떠날 때가 됐다"고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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