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영업본부장(부사장)에서 지난해 4월 한국인 최초로 이 회사 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년6개월만에 퇴진 소식을 전했다. 2013년 9월 폭스바겐코리아 대표에서 완성차 업계로 이직, 르노삼성에서 보낸 기간만 따지면 4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박 사장 사임을 놓고 업계에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르노 본사와의 소통 불일치'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재판 건' '완성차 노사 협상의 피로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르노삼성의 공식 입장은 박 사장이 개인적인 일로 대표이사를 그만두겠다는 뜻을 르노 본사에 알린 것이지 경질성 인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박 사장을 잘 아는 지인들이나 그를 오랫동안 만나왔던 기자들은 르노 본사와의 충돌이 없었다면 평소 자동차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던 그가 완성차 대표 자리를 중도에 그만두진 않았을 것이란 평가를 내놓는다.
박 사장은 르노삼성에서 일하는 동안 '세그먼트 브레이커(차급 파괴자)', '우리만의 놀이터' 등 신선한 메시지를 업계에 전파했다. 현대·기아자동차 쪽으로 판세가 기울었던 내수 시장에서 QM3, SM6, QM6 등 새로운 차급의 히트 상품을 연달아 쏟아내면서 후발주자도 충분히 상위 랭커를 위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영업사원들에게 불어넣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박 사장은 현대차와는 다른, 르노삼성차 만의 호흡으로 르노삼성 만의 길을 걷자는 메시지를 강조했다"며 "영업 일선에선 이같은 메시지가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박 사장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박동훈의 힘은 '패배주의에서 할 수 있다'로 르노삼성의 체질을 바꿔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사장이 르노삼성에 합류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주력 세단 SM5, SM7이 예전 같은 인기를 끌지 못하는 등 국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던 때였다. 그가 르노삼성 영업 총괄로 자리를 옮긴 이후 이 회사의 연간 내수는 그해 6만대에서 지난해 11만1000여대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박 사장은 1980년대 말 한진건설 볼보사업부를 시작으로 '수입차 1세대'로 활약했다. 2005년 폭스바겐 한국법인 설립 때 초대 사장으로 취임해 2013년까지 해치백 골프, 중형세단 파사트 등의 수입 베스트셀링카를 키워냈다. 업계 30년 경력을 쌓는 동안 완성차 CEO 자리까지 올랐다. 사실 해볼 것은 다 해본 셈이다.
박 사장은 한 일간지와 가진 마지막 인터뷰에서 "이젠 30년간 몸담았던 자동차 업계를 떠날 때가 됐다"고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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