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헌형 기자 ]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 7월 이후 3개월 연속 2%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을 나타내면서 물가연동국고채(물가채) 가격이 쑥쑥 오르고 있다. 물가채는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의 일종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비례해 그 가치가 올라간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물가채 지표물인 ‘물가16-5’는 지난 20일 장내에서 9613원에 마감, 연 1.525% 수익률을 기록했다. 2016년 6월 액면가 1만원, 만기 10년으로 발행된 이 채권 가격은 지난 8월16일 9548원(연 1.573%)까지 하락했다가 두 달 만에 0.68% 올랐다. 같은 기간 10년 만기 일반 국고채 지표물 가격이 73원(0.74%) 하락한 것과 정반대 움직임이다.
물가채 가격 상승은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아진 결과다. 국고채 금리에서 물가채 금리를 뺀 값인 기대 인플레이션율(BEI: break-even inflation)은 20일 0.945%포인트로 8월 중순(0.773%포인트)보다 0.17%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와 국내 농산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목표치(2%)를 웃돌고 있다”며 “2분기 내내 0.80%포인트 선을 밑돌았던 BEI도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물가채 펀드 수익률도 호전되고 있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물가채 펀드 중 설정액이 225억원으로 가장 많은 ‘이스트스프링물가따라잡기’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24%를 기록했다. 이 기간 국내 채권형펀드 평균 수익률(0.94%)의 두 배를 웃돈 수치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가 연말까지 2% 안팎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가속화하면서 국내 시장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타면 물가채 역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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