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는 조기에 폐쇄 검토
미국·유럽, 안전이상 없으면 50년 가까이 계속 운영
[ 이태훈 기자 ] 정부는 지난 24일 노후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발표했다. 국내 원전의 설계수명은 대부분 30~40년인데, 일부는 수명이 끝나기 전에라도 폐쇄를 검토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하지만 세계 원전의 64%는 지어진 지 30년 이상 됐다. 해외에서는 안전에 이상만 없으면 수명 연장을 통해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25일 세계원자력기구(IAEA) 원자로정보시스템(PRIS)에 따르면 가동 중인 세계 원전은 모두 448기고, 이 중 288기는 건설된 지 30년을 넘었다. 30~39년 된 원전이 201기고 40년 이상 된 원전도 87기가 가동하고 있다. 비율로 따지면 세계 원전의 64.3%가 지은 지 30년을 넘었다.
미국은 1969년에 완공돼 50년 가까이 된 오이스터 크릭, 나인마일포인트 1호기, 기나 원전 등 3기가 여전히 가동 중이다. 1970년대 초에 지은 드레스덴 2·3호기, 포인트비치 1·2호기 등도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원전 99기 중 93기가 1960~1980년대에 건설됐다.
캐나다도 1971~1973년에 세운 피커링 1~4호기가 모두 상업운전을 하고 있다. 1976~1978년에 가동을 시작한 브루스 1~4호기도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영국의 힝클리포인트 B-1·2호기, 헌터스턴 B-1·2호기 역시 1976~1977년 건설된 원전이다. 15기의 원전을 보유한 영국은 2030년까지 16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2050년까지 탈(脫)원전을 하겠다고 선언한 스위스는 5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다. 이들 원전은 1969~1984년에 지어졌다. 상업운전을 한 기간이 벌써 33~48년이나 됐다.
반면 한국은 1977년 완공해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가 지난 6월 가동을 영구정지했다. 2022년부터 2029년까지 매년 1~2기의 원전 수명이 끝나는데 정부는 이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원전 수명 연장 기준이 미국 유럽 등에 비해 까다로운데도 무조건 수명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미국이 내세우는 기준 외에 IAEA가 요구하는 기준도 별도로 충족해야 연장 허가를 내준다”며 “선진국보다 까다로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미국은 수명 연장을 한 번에 20년간 해주는 데 비해 한국은 10년만 내준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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