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해외 생산·판매조직 통합

입력 2017-10-26 18:52  

정의선 "의사결정 신속해야"…해외 사업장 자율경영 도입

2018년 미국 법인부터 개편

"해외판매 부진 타개"
권역본부 체제로 전환
시장 변화에 능동적 대처



[ 장창민 기자 ] 현대·기아자동차가 내년부터 세계 자동차시장의 본산인 미국 생산·판매법인 통합을 시작으로 대대적 글로벌 사업조직 개편에 나선다. 주요 권역별로 자율경영시스템을 도입해 생산·판매·시장전략 등에 대한 본사의 권한과 책임을 과감하게 넘기기로 했다. 최근 자동차 판매량 급감으로 고전하고 있는 해외시장에서 다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구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기아차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글로벌 주요 사업 현장에 권역별 자율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본사의 역할과 기능도 일부 조정한다고 26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해외 주요 시장별로 권역본부가 출범한다. 권역본부는 해당 지역의 상품 운용, 현지 시장 전략, 생산, 판매 등을 통합 기획·관리하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세계 10개국에서 35개 공장을 가동 중이다.

우선 현대차는 북미와 인도 시장에서, 기아차는 북미시장에서 이 같은 조직 개편 방안을 먼저 시행한다. 현대차는 기존 미국 앨라배마공장(생산법인)과 판매법인(HMA)을 통합 운영하게 된다.

지금은 각각 국내 본사 기획실과 해외영업본부가 지휘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통합조직인 미국 권역본부가 업무를 총괄하면서 본사 최고경영자(CEO)와 사업 방향을 조율하는 식으로 바뀐다. 미국 조지아공장과 판매법인이 분리돼 있는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다만 중국 합작사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이미 생산·판매 통합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본사의 중국 사업 및 연구개발 조직을 묶은 중국제품개발본부를 지난 8월 출범시킨 상태여서 추가 조직 개편에 나설지 여부는 향후 검토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단계적 해외 조직 개편을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시장 권역별로 한층 정교해진 현지 맞춤형 상품 전략 및 운영이 현장 주도로 가능해질 것”이라며 “현지 조직의 권한과 책임이 확대되면 해외 우수인재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사의 역할과 기능도 일부 조정한다. 현대·기아차는 효율적인 글로벌 사업장 지원을 위해 기존 마케팅과 고객채널 관리, 서비스 관련 조직을 통합한 ‘고객경험본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글로벌 현장 조직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전사적 전략 및 마케팅을 조율하기 위해서다. 세계에 흩어져 있는 딜러망 관리와 지원도 맡는다. 미래 신사업 발굴과 혁신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전략기술본부를 지난 8월 출범시킨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움직임에는 해외 판매 부진을 조기에 타개하지 못하면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 것이라는 정의선 부회장의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정 부회장은 최근 임원들에게 “글로벌 사업현장 중심으로 신속하고 수평적 의사결정을 해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2015년(801만 대) 정점을 찍은 뒤 매년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은 목표(813만 대)에 크게 못 미친 788만 대에 그쳤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조직 개편은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다른 계열사의 해외 사업장 정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대부분 부품 계열사들이 현대·기아차가 나간 해외 시장에 동반 진출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조직 개편과 맞물려 올 연말 임원 인사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해외 생산·판매 조직 통합 및 국내 조직 개편 등과 맞물려 인사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계기로 그룹 부회장 및 사장단에 대한 연쇄 인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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