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엔지니어들, 혁신에 강하지만 발명은 부족해"

입력 2017-10-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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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스터 플루어 선임연구원
"실용적 공학교육 과정 확대해야"



[ 황정환 기자 ] “한국의 엔지니어들에게서 혁신(innovation)은 엿볼 수 있지만 발명(invention)은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지난 20일 서울대 공대 교정에서 만난 헨리 키스터 플루어 선임연구원(사진)은 “변화를 위해선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엔지니어링 인재 육성을 위해 서울대를 중심으로 설립한 엔지니어링연구개발센터(EDRC) 초청으로 내한한 그는 4일간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사 현장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키스터 연구원은 정유·석유화학 공장의 핵심 설비인 증류탑 설계와 운영의 세계적 권위자다. 화공학계의 베스트셀러 교과서인 ‘증류 3부작’(디자인, 오퍼레이션, 트러블슛팅)의 저자로, 30년에 걸친 엔지니어링 분야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타워 닥터(tower doctor)’란 별칭이 있다. 글로벌 플랜트 시공사 플루어에서 선임연구원 겸 기술이사로 재직 중이다.

그는 한국 엔지니어의 잠재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했다. 기존 아이디어를 따르지 않고 새로 개발된 기술을 곧바로 현장에 적용해 효율성을 개선시키는 ‘따라잡기’ 능력만큼은 어떤 나라도 한국을 능가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 엔지니어들은 아직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출해낸 경험이 없다”는 따끔한 지적도 함께 했다. 공장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을지는 알고 있지만 왜 만들어야 하는지 아이디어를 제안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한국 특유의 강점은 살리되 장기적으론 설계 경험을 축적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키스터 연구원은 스마트공장, 전기자동차 등 기술혁명 시대에 석유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요건으로 ‘대학교육의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증류탑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고 졸업하는 화공학도가 있을 정도”라며 적극적인 산학협력 노력과 실용적 교육 커리큘럼으로의 변화를 주문했다. 변화를 선도하는 모범사례로는 미국의 텍사스A&M대학을 지목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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