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한강 떠난 거북선, 돌아오지 않는 까닭은

입력 2017-10-27 15:50   수정 2017-10-2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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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강공원 이촌지구에는 ‘거북선나루터’가 있습니다. 이름만 보면 나루터 한켠에 늠름하게 생긴 거북선이 정박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곳엔 거북선이 없습니다. 근데도 ‘거북선’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유는 뭘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나루터 주인(?)인 거북선은 긴 여행을 떠났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인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0년 10월1일 국군의날에 실물 크기(길이 34m, 폭 10m, 높이 6.3m)로 건조된 180t급 거북선이 이곳에 닻을 내렸습니다. 이날 취항식은 대통령 내외가 참석할 정도로 큰 행사였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거북선 안을 둘러보면서 “충무공의 호국정신을 청소년들에게 함양시키도록 해달라”고 관계자들에게 당부했다고 합니다.

이후 거북선은 관람객을 싣고 한강대교와 동작대교 사이를 오가며 유람선처럼 운행됐습니다. 거북선나루터에 정박했을 때는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전시장으로 활용됐습니다. 당시 서울에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다닌 분들은 한강에 소풍을 갔다가 거북선을 둘러 본 기억이 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운항 초기 거북선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거북선을 찾는 관람객들이 줄어들었습니다. 2004년에는 하루 평균 방문객이 90여명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여기에 “거북선과 한강은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잇따라 제기됐습니다.


건조 비용만 22억원이나 투입된 거북선이 ‘애물단지’가 되면서 서울시의 고민은 깊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2005년 “거북선을 데려가고 싶다”는 지방자치단체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한산대첩의 전승지인 통영시인데요. 통영시는 거북선을 한산도 앞바다에 두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방침이었습니다. 서울시는 통영시의 제안을 받아들여 3년마다 재계약하는 조건으로 무료로 거북선을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그해 11월 한강을 떠난 거북선은 뱃길 720㎞를 달려 통영시 중앙동 부둣가에 닿았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정박한 상태에서 이순신 장군 관련 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강에 있을 때와 달리 인기가 많다는 게 서울시 설명입니다. 지난해 거북선을 찾은 관람객은 15만5981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거북선은 언제 한강으로 돌아올까요? 돌아오긴 할까요? 서울시는 최근 통영시와 거북선 무상 대여 계약을 3년 더 연장했다고 27일 밝혔습니다. 2005년 이후 5번째 협약으로 적어도 2020년까지는 통영시에 정박해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거북선이 한강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비용 문제가 가장 큰데요. 거북선이 너무 노후화해서 수리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합니다. 거북선을 한강으로 가져올 경우 이동 비용 8억원에 연간 유지비만 2억~4억원이 들어간다는 게 서울시 설명입니다. 실제로 통영시는 지난해에만 거북선 수리 비용으로 2300만원을 썼다고 합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영시는 꾸준히 거북선의 매각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매각 절차가 복잡해 이번에도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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