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본시장의 혁신, 인덱스가 이끈다

입력 2017-10-2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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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ME의 S&P 연계 강화처럼
자본시장 위해 인덱스 육성해야

안상환 < 한국거래소 ·이사장 직무대행 >



반도체 경기가 사상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반도체는 스마트폰, 인공지능, 로봇 등 거의 모든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에 장착되며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 자본시장에도 반도체와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인덱스다.

인덱스는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한 단순 통계지표로 등장했다. 이후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과 결합하면서 더 큰 가능성의 문이 열리게 됐다. 미래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도구로 발전한 것이다. 오늘날 인덱스는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등 금융상품에 탑재되면서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자산관리의 중요 수단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인덱스는 투자자 접근이 어려웠던 해외시장으로 연결하는 통로로도 애용되고 있다. 미국의 S&P500, 일본의 닛케이225, 유럽의 유로스탁스50 등 해외지수 기반의 금융상품이 한국 증시에 상장돼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시장 접근성을 높여주고 거래비용도 크게 낮췄다.

인덱스는 상장기업에도 매우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 요즘 새로 만들어지는 금융투자 상품이 거의 모두 인덱스에 기초할 정도로 인덱스는 자본시장 혁신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인덱스가 상장기업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도 확대되면서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사회적 책임, 주주배당 등에서 역할이 커지고 있다. 상장기업 스스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국거래소는 인덱스의 순기능을 극대화하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지나치게 적은 국내 상장기업의 배당을 국제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배당지수를 제공하고 있고 지배구조 개선 및 사회적 책임성 제고를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지수도 개발했다.

인덱스는 진화하고 있다. 새로운 방식을 적용한 인덱스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최근엔 코스피200 구성종목 가운데 앞으로 배당수익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을 엄선해 만든 배당 인덱스가 관심을 끌고 있다. 과거 배당실적이 아니라 미래 예상 배당금을 적용한 지수로,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방식이다. 금융투자회사들은 배당이나 ESG지수 관련 다양한 연계상품을 출시해 투자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인덱스는 수단이나 도구가 아니라 거래소가 추구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되고 있다. 좋은 인덱스는 세계적인 금융거래의 대상으로 성장하고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기 때문에 좋은 인덱스를 먼저 확보하려는 거래소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주요 거래소들이 인덱스를 선점하기 위해 인덱스 기업을 잇따라 인수합병(M&A)하고 있다. 미국의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지분 확보를 통해 S&P와 연계를 강화했고 나스닥은 인덱스 기업 2~3개를 인수했다. 유럽의 런던거래소(LSE) 독일거래소(DB) 등도 인덱스 기업 M&A를 통해 경쟁력을 높였다.

지난 수십 년간 반도체에 대한 투자는 국내 ICT산업은 물론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끈 밑거름이 됐다. 우리 파생상품시장과 ETF시장, 자산운용시장 등 자본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면 인덱스 부문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안상환 < 한국거래소 ·이사장 직무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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