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 논란은 고용노동부가 지난 17일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수용해 특수고용직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재점화됐다. 특수고용직에 대한 노동기본권 보장은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추진한 적이 있지만 산업계뿐 아니라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와 국회 등의 반대로 입법이 무산됐다.
특수고용직 노동3권 보장과 관련된 쟁점은 두 가지다. 우선 노동계는 특수고용직이 근로자로 인정된 만큼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 가입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적 지위는 사업자이지만 사실상 각 사업주에 속한 채 노동하고 보수를 받기 때문에 실상은 노동자에 가깝다는 것이 이유다. 반면 고용주로선 그만큼 인건비가 더 들어가기 때문에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의 수를 줄이는 대신 외부에 관련 업무를 맡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 보험업계에선 전속 설계사를 쓰는 대신 보험대리점(GA)에 영업을 맡기는 보험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노동현장에서 특수고용직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노동계는 특수고용직이 많아지기 때문에 서둘러 이들에 대한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수고용직은 2013년에 25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특수고용직을 일괄적으로 근로자로 분류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시각도 있다. 고연봉 특수고용직들은 근로소득세보다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사업소득세 적용을 받기 위해 노동3권 보장을 반대한다. 주부와 경력단절여성 등은 시간 관리가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에서 사업자 신분으로 남길 원하기도 한다.
특수고용직에 노동3권을 보장하는 문제에 대해 유정엽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실장과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이 각각 찬반 의견을 제시했다.
■ 찬성
근로자처럼 일하는데 노동법 배제
법적 보호조치 더 이상 지체해선 안돼
주요 선진국들, 일반 노동자와 같이 노동권 보장
정부의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 따르면 2018년까지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 마련된다. 특수고용직이란 위임과 도급계약을 맺는 외형상 사업자이지만 근로자와 비슷하게 다른 사업주 또는 타인의 사업에 편입돼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학습지 교사, 보험 설계사, 골프장 캐디, 레미콘 기사, 택배 기사 등이 대표적 직종이다. 일반 노동자와 유사하게 일하면서도 노동관계법 적용에서 배제되고 있다.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추세에 따라 그 직종은 30여 개, 종사자 수는 250만 명(2013년 국민권익위원회)을 넘어서고 있다. 노동 현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특수고용직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보호 대책은 하루가 시급하다.
특수고용직의 보호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오래전부터 형성돼왔다. 2000년 정부는 ‘비정형근로 보호대책’에서 특수고용직 보호방안을 제시했고, 2001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도 특수고용직 보호방안이 논의됐다. 2001년부터 시행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도 특수고용직은 이미 파견노동자, 용역노동자 등과 함께 ‘비전형 근로자’로 분류돼왔다.
2016년 현재 특수고용직의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 월평균 임금 대비 65.5%다. 국민연금 가입률은 2.3%, 건강보험 가입률과 고용보험 가입률은 각각 2.3%, 4.0%에 그친다. 의무가입 대상인 9개 특수고용직 직종의 산재보험 가입률도 10% 미만이다. 전문가들조차 특수고용직은 ‘비정규직 중 비정규직’이라고 칭할 만큼 취약계층으로 분류된다.
이에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와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노동3권 보장’과 ‘근로기준 설정, 권리구제방안, 사회보험 적용을 골자로 한 특수고용직 종사자 보호입법 제정’을 권고했다. 경영계는 이들이 독립 자영업자이므로 노동법적 보호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나 9개 특수고용직종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이 의무화된 것처럼 노동법적 보호대책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우리 노동법이 아직도 전통적 고용관계를 기초로 근로자 개념을 정의하고 있고, 법원도 계약의 외형만을 중시해 특수고용직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이다. 다행히 2006년부터 법원은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성을 유연하게 판단하고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을 보다 넓게 보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특수고용직의 급속한 확장 추세를 감안할 때 개별 소송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동법과 사회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한 입법적 보호대책은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
서비스산업 발달과 고용형태 다변화로 외국에서도 특수고용직의 확산 문제는 중요한 정책적 이슈이다.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도 노동법적 보호를 확장하는 입법적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 특징을 요약하면 근로기준법 등 개별적 노동자보호법은 선별적으로 적용한다.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은 적용을 확장하되, 노동기본권은 특수고용직에 대해서도 일반 노동자와 동등하게 보장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수고용직의 다양한 노무제공 방식을 고려해 근로기준법 등 개별노동관계법 적용은 선별적인 적용 기준을 따져볼 수 있겠지만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 당면한 많은 문제를 노사 자치적으로 해결할 길을 열어주는 입법 과제는 최우선으로 추진돼야 한다.
■ 반대
특수고용직 계약형태·업무 매우 다양
일률적인 노동법 적용은 혼란 초래
노동권 키워 일자리 질 높이려다 고용불안 우려
기술진보에 따른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노동시장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의 첨단화로 인해 근로시간과 장소에 대한 전통적 개념이 변화하고 있으며, 원격 근로 등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의 도래가 머지않았다.
최근 논란이 되는 특수형태 종사자 보호 문제도 이런 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라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계의 주장대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개념을 바꿔 노동3권을 부여하는 것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수형태 종사자는 산업구조 변화와 서비스업 발달로 새로 등장한 모든 직업군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 기사 등이 이에 속한다. 하지만 위 업종 외에도 여러 직업군이 있을 뿐 아니라 같은 업종 내에서도 업무수행 형태가 다양하다.
이런 특수형태 종사자는 회사와는 근로계약이 아니라 위임·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업무수행의 내용과 방법을 스스로 결정한다. 회사의 지시·감독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로자와 큰 차이가 있어 흔히 프리랜서(freelancer)의 모습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업무수행 내용과 방법,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차이가 있다 보니 수입도 ‘투잡’으로 소액을 버는 종사자부터 월 1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종사자까지 천차만별이다.
노동시장에서는 앞으로도 새로운 직업군이 계속해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다양한 특수형태 종사자에 대해 노동관계법을 통한 획일적인 보호방안을 마련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계약형태와 업무수행 방식이 본질적으로 다른 특수형태 종사자가 노동관계법으로 편입된다면 노동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또한 고비용·저효율이라는 우리 노사관계 현실에서 특수형태 종사자에 대한 노동3권 인정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노동법적 접근으로 계약자유의 원칙이 침해되고, 위임·위탁계약 관계가 집단적 요구와 힘의 논리에 좌우되는 모습이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특수형태 종사자의 노동3권이 인정된다면 여러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콜센터나 통신판매 형태의 보험 판매, 골프장의 ‘노(no)-캐디’ 정책 등 영업방식의 변화를 통한 대응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종사자들도 자신들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많은 가정주부, 경력단절녀 등이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으로 일하고 있다. 근무장소 또는 방법을 자유롭게 결정하며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특수형태 종사자에 대한 ‘근로자성’ 인정은 이들의 일자리 질에는 긍정적일 수도 있으나 일자리의 양적 측면에서는 분명히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특수형태 종사자에 대한 실질적 보호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해소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예외없이 노동법을 적용하자는 것이 과연 옳은지 되돌아봐야 한다. 각 직업군의 특성과 차이가 뚜렷하고 어떤 직업군은 개인사업자임이 명백하다. 이 모든 영역을 하나의 틀에 묶을 것이 아니라 각각의 본질에 맞는 보호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자율성, 실적에 비례한 보수, 일과 가사의 병행이라는 세 가지를 특수형태 종사자의 특징으로 얘기한다.
그러면서 정작 ‘근로자, 노동권’ 논의만 강조한다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강제로 입히자는 것과 같다. 부당한 계약해지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없애주고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종사자들이 원하고, 이들을 현실적으로 보호해 주는 방법이다.
박신영/심은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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