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형 당뇨병' 치료 한 발 더 다가섰다

입력 2017-10-27 18:53  

오병철 가천대 교수팀, '인슐린 저항성' 원인 규명

미국 과학학술원회보에 게재



[ 임락근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제2형 당뇨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약물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오병철 가천대 길병원 교수팀이 제2형 당뇨병이 발생하는 핵심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의 원인을 발견하고, 세포 내 칼슘의 증가를 억제하는 약물이 이를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음을 규명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 연구개발(R&D)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미국 과학학술원회보(PNAS)’에 지난 25일 게재됐다.

제2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포도당을 분해하는 효소인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아 발생하는 제1형 당뇨병과 달리 인슐린 저항성 증가로 생기는 당뇨병이다.

우리 몸에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적정 혈당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주로 비만 등 후천적 요인으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제2형 당뇨병으로 병원을 찾은 국내 환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2년 192만284명에서 지난해 236만2679명까지 늘었다. 제1형 당뇨병 환자는 상대적으로 적다. 지난해 제1형 당뇨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9만1314명이었다.

인슐린 저항성은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분해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 및 운동 부족으로 국내 비만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비만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심혈관계 질환뿐만 아니라 제2형 당뇨병 등 각종 대사 질환를 유발한다고 보고된다.

연구팀은 비만과 당뇨병 발생의 핵심인자인 인슐린 저항성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고지방 음식을 섭취한 생쥐를 이용해 실험했다. 그 결과 비만 및 고지혈증으로 인해 발생한 고농도의 세포 내 칼슘이 포스포이노시타이드와 결합해 AKT 인산화효소의 세포막 이동을 방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는 것을 확인했다. 포스포이노시타이드는 뇌와 간에 많이 함유돼 신경전달이나 효소계 조절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AKT 인산화효소는 단백질 인산화효소로서 인슐린 신호전달을 수행하는 핵심 효소의 일종이다.

연구팀은 또 세포 내 칼슘 증가를 억제하는 약물인 베라파밀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베라파밀은 협심증이나 부정맥 치료에 쓰이는 칼슘 차단제 계열의 혈압 강하제로, 30년 전부터 사용해온 약물이다.

오 교수는 “세포 신호전달에 중요한 물질인 칼슘과 포스포이노시타이드 사이에 숨겨진 연결고리를 찾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암 및 대사질환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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