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기업지원법 '있으나 마나'… 수도권은 세금 혜택 없고, 업종 전환도 안돼

입력 2017-10-29 18:17  

유턴 기업 4년간 41개사 선정

18곳만 투자·고용 보조금 받아



[ 고재연 기자 ] 해외로 나간 한국 기업을 국내로 복귀시켜 일자리를 늘리자는 취지로 2013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유턴기업지원법)’이 시행됐지만 실제 복귀 기업 수와 지원 내용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에 맞지 않는 유턴기업지원법을 손질해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유턴 기업으로 선정된 국내 제조기업은 41개사다. 올해는 3개에 불과하다. 이전에 선정됐던 업체 중 5개 기업은 국내 경영 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유턴 계획을 취소했다. 지원액도 미미했다. 유턴 기업으로 선정된 41개사 가운데 투자·고용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18개사로, 5년간 전체 수령액이 224억원에 그쳤다.

대기업 유턴은 지난해 6월 국내로 이전한 LG전자 멕시코 몬테레이 세탁기 공장이 유일하다. 국내 복귀 후 최대 7년 동안 법인세를 감면해주고, 기업당 최대 60억원 한도로 투자보조금을 지원하는 유턴기업지원법이 큰 효과가 없다는 의미다.

기업 관계자들은 유턴기업지원법은 ‘비수도권’으로 복귀하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인력 수급 등을 이유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은 조세 감면 혜택에서 제외된다.

유턴 기업으로 선정돼 지속적으로 지원을 받으려면 해외 사업장의 생산 제품과 정확히 일치하는 업종으로 유턴하도록 한 것도 문제다. 사양산업도 업종 전환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예를 들어 신발 밑창을 만들던 기업이 유턴한 후 신발 완제품을 만들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고용 보조금 지원 기간도 1년으로 한정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턴 기업으로 선정되면 신규 채용 1인당 임금의 최대 80% 또는 720만원까지 고용 보조금을 지급한다. 지원 기간은 1년이다. 유턴 기업이 일반적으로 공장을 가동한 후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5년 정도가 소요된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기업의 안정적인 고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고용 보조금 지원 기간을 3~5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했다.

조세 감면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유턴 기업은 최초 소득 발생 시점부터 법인·소득세를 5년간 100%, 추후 2년간 50%를 감면받는다. 하지만 사업 초기 소득이 적은 상태에서의 법인세 감면은 혜택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기업들의 목소리다.

해외 현지법인의 완전 청산 또는 50% 이상 생산량 감축 기업에만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것도 문제다. 중국 현지 법인을 청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 투자 시 10년 이상의 실제 경영 기간을 요구한다. 그 전에 법인을 청산하면 그간 받은 기업소득세와 지방세 우대혜택을 반납해야 한다. 국내 유턴을 시도했던 한국 기업이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세제 혜택을 토해내는 과정에서 부도가 난 사례도 있었다.

안근배 한국무역협회 무역정책지원본부장은 “해외 진출 기업이 수도권 지역으로 돌아오는 경우에도 유턴 기업에 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법인·소득세 감면 기간을 연장하는 등 정부의 낡은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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