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강동균 기자 ]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붕괴 가능성을 지적하는 중국 과학자들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질학자를 중심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을 한 번만 더 하면 산 정상이 무너져 지하에 있는 방사능 오염물질이 대기 중으로 분출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고위 과학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지질 및 지구물리학협회가 지난달 20일 북한 과학자들에게 풍계리 핵실험장 붕괴 위험성을 경고했다고 29일 보도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중국과 불과 80㎞ 떨어져 있다.
SCMP는 지난달 북한 대표단과 중국 지질학계 만남을 주선한 중국의 원로 지질학자 자이밍궈가 “풍계리 핵실험장 붕괴 위험은 매우 크고 복잡한 문제로 여러 방면에서 조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시 북한 대표단은 이도식 북한 사회과학원 지질연구소장을 단장으로 모두 여섯 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단과 만난 중국 과학자에 따르면 이 소장은 북한의 고위급 지질학자이지만 핵실험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란샤오칭 베이징 대기물리학연구소 연구원은 “만약 풍계리 산 정상이 폭발하면 화산 폭발과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며 “풍계리 핵실험장 지하에 있는 방사능 오염물질이 대기로 분출돼 전 지구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의에 참석한 또 다른 중국 측 지질학자는 “풍계리 핵실험장이 폭발을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사실을 북한도 깨달았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핵실험을 원한다면 다른 장소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풍계리 핵실험장이 붕괴할 때까지 좌시할 수 없다”며 “우리 장비로 핵 낙진을 탐지할 수 있지만 그때가 되면 이미 늦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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