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물 > 30년물… 역전된 국고채 금리

입력 2017-10-29 19:13  

새 회계기준 도입 앞두고 국내 보험사들 30년물 '사재기'

수급 불균형에 채권시장 왜곡



[ 하헌형 기자 ] 국내 채권시장에서 30년 만기 초장기 국고채 금리가 5년 만기 국고채보다 낮아지는 수익률 곡선(만기별 금리를 이어 붙인 그래프)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중·단기 국고채 금리는 상승(채권 가격 하락)을 거듭하는 반면 초장기 국고채는 기관투자가의 집중 매수로 강세를 이어간 결과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27일 연 2.401%에 마감했다. 만기가 더 짧은 20·10·5년 만기 국고채 금리보다 낮은 수치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같은 날 연 2.411%에 마감했다. 통상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투자위험이 커져 금리도 높아진다.

국고채 간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국내 보험사들이 30년 만기 국고채를 공격적으로 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2021년 새 국제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잔존 만기)을 맞추기 위해 장기 국채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투자 수요가 과도하게 몰리다 보니 시장 금리의 전반적인 상승세에도 홀로 채권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

김진평 삼성선물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만기 5년 이하 중·단기 국고채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른 것도 통상 우상향하는 수익률 곡선 왜곡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하반기 들어 국고채 수익률 곡선 기울기가 가팔라질 것(장·단기 금리 격차 확대)으로 예상해 30년 만기 국고채를 공매도하고 10년(5년) 만기 국고채는 매수했던 일부 증권사와 헤지펀드는 막대한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서재춘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채권 평가손실을 본 증권사들이 ‘10년(5년) 만기 국고채 매수-30년 만기 국고채 매도’ 포지션을 급하게 청산하면서 30년 만기 국고채 가격이 더 오르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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