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통일법정책연구회의 학술포럼에 참석했다. 로스쿨 재학 때부터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던 학생들이 변호사가 된 이후 설립한 사단법인이다. 당일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야유회 행사와 겹쳐서 뒤늦게 참석해 축사를 하게 됐다. 자문변호사라는 과분한 직책이 없더라도 통일에 관심이 있는 한 사람으로서 피곤한 몸이지만 기꺼이 참석했다.
뜨거운 발표와 토론의 열기 속에서 통일에 대해 생각해봤다. 우리는 통일을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1953년 정전협정이 되던 해에 태어난 분들도 이제 65세 가까이 됐다. 돌아가고 싶은 고향이 북한인 세대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 남한과 북한을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 중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다.
2005년 노르웨이에서 열린 국제인권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우리보다 북한에 더 많은 관심과 정보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을 보며 크게 자극을 받았다. 그때부터 북한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이후 북한법과 인권을 연구하고 활동하다가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게 됐다. 강의 중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통일이 될 수 있을까요”와 “통일이 언제 될까요”이다.
한때 나이 어린 김정은이 집권하자 북한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환상이 있었다. 북한 주민은 고구려부터 조선까지 그리고 일제라는 왕정을 거쳐 김일성과 김정일이라는 왕보다 더 통제되지 않는 권력만을 경험했다. 진정한 공화정을 경험한 적이 없기에 3대 세습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통일은 반드시 오고,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는 독일 통일에서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다행인 것은 정부 말고도 사회 곳곳에서 통일에 관심을 두고 준비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도 지난 4월부터 통일법제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켜 운영하고 있다. 지원자 경쟁률이 5 대 1을 넘었다. 통일을 향한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오는 12월5일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강당에서 ‘통일과 우리 사법의 미래’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려 통일 의식 고취와 사법분야의 준비 과제 등을 논의한다.
통일은 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다. 국민 모두의 책무인 것이다. 통일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결국 언젠가 일어날 일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통일에 관심을 갖고 정신적·물질적 준비를 할 때 통일은 혼란이 아니라 축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통일에 대한 관심이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
이찬희 <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chanhy65@nat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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