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법인 세워 투자자 모집
불법 다단계로 90억 끌어모아
상장사 M&A 하는 척 위장
주가 2배 뻥튀겨 시세차익 챙겨
[ 황정환 기자 ] 투자자들을 모아 코스닥 상장사 주식을 일부 매입한 뒤 일부러 적대적 인수합병(M&A)설을 흘리는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해 70억원대 차익을 챙긴 사기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이들 사기범은 10년 전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개미투자자를 울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당시 투자 사기 피해를 본 일반투자자들이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해 가해자들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기범과 손잡은 10년 전 피해자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부장검사 문성인)은 지난해 3월부터 1년 동안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금을 불법 모집해 코스닥 상장사 두 곳의 주가 조작을 한 혐의로 총괄책 고모 회장(50)과 투자금 모집책 고모씨(69), 수행비서 임모씨(37) 등을 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또 고씨의 지시를 받아 범행을 계획하고 투자자를 모은 모집책 이모씨(71)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가담자 8명은 유사수신 혐의로 약식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총괄책 고 회장은 과거에도 수백억원대 사기 혐의로 8년간 복역한 전과를 갖고 있다. 2015년 7월 출소하기 전부터 새로운 사기극을 계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경찰관 출신으로 고 회장에게 사기를 당해 수억원을 잃었던 모집책 고씨를 비롯한 몇몇 피해자가 그를 적극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잃은 돈을 되찾겠다는 욕심이 이들 피해자의 눈을 멀게 한 것.
고 회장이 출소한 직후 이들은 비상장 법인을 세우고 투자자를 모으기 시작했다. 상장사를 인수해 토털 미디어그룹을 만들고 종합격투기 대회를 유치하겠다며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원금 보장은 물론 투자금의 월 5%씩 수익금을 배당해주겠다는 거짓말도 곁들였다. 유사 수신 행위로 불법이지만 2015년 8월부터 지난 6월까지 232명의 소액투자자로부터 90억원이 모였다.
◆허위공시에 주가는 두 배로 ‘뻥튀기’
고 회장은 모인 투자금으로 코스닥에 상장된 환경·생태복원 전문회사 A사와 전문투자금융회사 B사 주식을 각각 10%가량 사들였다. 이들은 5% 이상의 주식을 취득하면 보유 목적 등을 한국거래소에 보고하도록 규정한 증권거래법을 교묘하게 활용했다. 2016년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A사와 B사에 대해 “경영 참여를 위해 지분을 취득했고, 30~100명의 소액주주들과 특수관계인으로서 M&A를 진행한다”는 내용의 공시를 올렸다. 검찰 관계자는 “이 공시는 일반투자자에겐 일종의 투자 호재로, 해당 기업 최대주주에겐 적대적 M&A를 막기 위한 방어 매집의 유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시를 올린 지 1주일 만에 3000원대였던 A사 주가는 5500원대로, 1000원대였던 B사 주가는 2500원대로 급등했다. 이들 일당은 주가가 급등하자 곧바로 매도에 나서 74억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 유치한 투자금과 시세차익은 이들이 마이바흐 등 수억원대 외제차를 빌려 타고, 경호원까지 고용해 호화 생활을 즐기는 데 쓰였다.
검찰 관계자는 “허위 공시를 통한 주가 조작은 주식시장에서 끝없이 변용되는 고질적 범죄”라며 “대량 보유보고 제도를 악용해 상장사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마비시킨 중대한 업무방해 사건”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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