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덕에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다시 썼다. 올해 3분기 14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지난 2분기(14조665억원)에 올린 최대 실적 기록을 3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 모두 신기록을 세우는 '트리플 크라운'도 달성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2를 반도체에서 벌어들였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약 10조원대를 기록했다. 당분간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면서 오는 4분기에도 역대 최대 이익을 재차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증권가에서는 실적이 거센 성장세를 보이면서 주가 개선 기대감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날 실적과 함께 발표한 2018~2020년 주주 환원정책도 주가 상승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말했다.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16만원까지 올라갔다. 연내 주가 300만원 돌파 기대감을 높아지는 상황이다.
◆ 반도체 덕에 '또' 사상 최대 이익
31일 오전 10시45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6000원(0.22%) 오른 270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3분기 호(好)실적에 주가가 오르는 중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확정)은 14조5332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보다 178.48%, 지난 2분기보다는 3.32% 늘었다. 매출액은 62조486억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29.77% 증가했다. 전 분기보다는 1.72% 성장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이익이 늘었다. 3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9조96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인 지난 2분기(8조800억원) 이익의 규모를 크게 넘었다.
사물인터넷(IoT)·스마트카·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이 뜨면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스마트폰의 고사양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높은 고용량 메모리 반도체도 잘 팔렸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평택 반도체 공장 가동율은 예상을 밑돌았지만 반도체 가격 강세로 수혜를 입었다"며 "서버용 반도체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스마트폰에도 고용량 메모리 반도체 탑재가 늘면서 반도체 업황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4분기에도 실적 개선세 '쭉'
전문가들은 오는 4분기 삼성전자의 실적 성장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이익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4분기 적게는 15조원에서 최대 17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는 모바일 D램이 잘 팔리는 시기"라고 말했다. 4분기는 전통적으로 스마트폰 업계의 성수기다. 올 4분기에도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과 애플의 아이폰8·아이폰X 등 각 업체들의 주력 모델의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모바일용 D램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노 센터장은 "4분기 모바일 D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10% 이상 상승할 것"이라며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들을 중심으로 모바일 D램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가격 상승 흐름은 2018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디스플레이 부문의 호실적도 예상된다. 권성률 동부증권 IT총괄팀장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애플 아이폰X의 출시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물량이 본격화되고 수율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아이폰X은 출하 문제 이슈가 있긴 하지만 일단 OLED에 대한 선행 부품 확보는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10~12월에는 OLED 물량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해 약 10조원 주주에게 쏜다
이날 실적과 함께 발표한 2018~2020년 3개년의 주주환원 정책도 주가에는 호재다. 삼성전자는 올해 배당 규모를 지난해보다 20% 가량 늘린다. 내년부터 2020년까지는 배당 규모를 이보다 100% 늘리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배당 계획대로라면 내년 한해 배당 액수는 9조6000억원, 향후 3년간 규모는 약 29조원에 달하게 된다.
잉여현금흐름 계산 방법도 변경했다. 대규모 인수합병(M&A)로 인해 주주 환원 재원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잉여현금흐름을 계산할 때 M&A 금액을 차감하지 않기로 했다. 또 잉여현금흐름의 50% 환원 기준을 기존 1년에서 3년 단위로 변경했다.
삼성전자 측은 "잉여현금흐름 산출 방식이 변경되면서 M&A 비용을 차감하기 전보다 주주 환원 규모가 늘어나 결과적으로 주주 환원 비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현재 실적을 유지할 경우 매년 배당과 자사주 매입 규모는 2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주주환원 규모(2016년 11조7570억원)와 비교하면 2년 만에 두 배 수준으로 높아지는 셈이다.
권 팀장은 "내년부터는 잉여현금흐름(FCF)이 증가하면서 주주환원 정책을 할 재원 자체가 크게 늘어난다"며 "이익이 늘고 설비투자(CAPEX) 규모도 정상화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방안으로 주주들에게 이익이 많이 돌아가게 되면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이번 주주환원책이 시장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최근 실적 개선세가 워낙 가팔라 주주환원액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도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지금까지 정책보다 훨씬 규모가 커지는 변화는 없었다"며 "회계 연도가 마감이 된 것도 아니고 의사 결정할 리더도 부재한 상황인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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