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주가에 대한 증권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중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만큼 주가도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시장기대치를 웃도는 3분기 실적을 올렸다.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7% 감소한 101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조2099억원으로 13.9% 줄었다. 실적은 뒷걸음질 쳤지만 낮아진 시장기대치인 영업이익 966억원, 매출액 1조2375억원을 뛰어넘었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현지 매출이 30%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는 등 예상보다 증가했다"며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판관비를 13.4% 축소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 감소 영향은 지속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사업의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1.5% 감소했다. 이 중 화장품 부문은 24.5% 줄었다. 구매 제한 정책이 지난 9월부터 강화하면서 면세점 매출도 지난해보다 34.8%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 체계) 문제로 영업 환경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모레퍼시픽의 주가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을 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기존 '보유'와 32만원에서 각각 '매수'와 39만5000원으로 올려잡았다. IBK투자증권도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올렸고, 목표주가로 38만원을 제시했다. 신한금융투자는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39만원으로 분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증권사들은 모두 한중 관계 회복에 기대를 걸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어나면 화장품 업종 중 면세점 노출도가 높은 아모레퍼시픽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이다.
이지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면세"라며 "고가 브랜드인 '설화수', '헤라' 등이 주로 판매되는 면세의 80%는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올해 낮은 기저로 인해 중국인 입국자 수 증가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동종업종의 주가 수준을 따져봐도 아모레퍼시픽의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수요 회복, 북미 유럽 등으로의 선진시장 진출을 근거로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밸류에이션을 상향한다"며 "아시아 대표 화장품 종목인 시세이도와 상하이자화는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각각 53.6배와 61.5배에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메리츠종금증권과 SK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의 목표주가를 각각 34만원, 36만원으로 올렸지만,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바로투자증권도 투자의견 '중립', 목표주가 27만원을 지속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한중 관계 회복에 따른 기대감이 먼저 반영됐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이달 들어 전날까지 24.8% 급등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중관계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고, 중국인 관광객 소비 회복 시 아모레퍼시픽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면서도 "현재 주가는 상당수 기대감을 선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의견을 낮춘 증권사들도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목표주가 36만원을 유지했으나 한국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중국과의 관계회복 여부를 떠나서 아모레퍼시픽의 고성장 구간은 지나갔다고 봤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실적 개선이 예상됐으나 국내외 성장성 및 수익성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며 "2014~2016년 고성장 구간을 지나 2018~2019년 매출 증가율은 10%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와 중국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아모레퍼시픽의 중저가 브랜드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 나 연구원은 "9월부터 시행한 자체적인 구매 제한 정책은 변수가 될 것"이라며 "백화점, 전문점, 방문판매, 온라인 전 채널이 부진해 채널 및 브랜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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