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사드 협상 막전막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협상 주도
양국 수차례 오가며 조율
모든 협상 과정 미국과 공유
중국 압박 등 미국 조력도 한몫
[ 손성태 기자 ] 한·중 관계 복원에 양국 외교안보라인의 숨가빴던 물밑 접촉과 미국 측 조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열고 북핵 해결을 위해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당시 두 정상이 사드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렸지만 첫 만남을 계기로 양국 외교안보라인이 접촉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1일 기자들과 만나 “기존의 외교적 방법이 아니라 최고결정권자들과 소통하면서 신속히 입장이 조율될 수 있는 정치적 타결이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양측의 소통 채널이 정해졌다”고 말했다.
한국 측에서는 여러 부처의 현안이 관련된 만큼 외교부 대신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사진)이 전면에 나섰고, 중국 측에서는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차관보가 카운터 파트너 역할을 했다. 쿵 차관보는 2004년도 동북공정, 2014년 중·일 간 영유권 분쟁 등의 협상을 담당한 조선족 출신이다.
양측은 사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협상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고, ‘제로섬’ 형태의 협상 방식을 지양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를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해결하자는 데 공감대를 갖고 협상에 나섰다는 뜻이다.
협상이 진전을 보이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남 차장은 수차례 중국을 오가면서 양국 간 의견을 조율해 나갔다.
한국 측은 협상 결과 공개와 한·미동맹에 불필요한 오해 방지, 최종 결과물로서의 협의문 도출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협상에 임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모든 협상 과정을 공유하면서 미국 측 조력을 이끌어낸 것도 주효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미국에 협상 과정을 중간에 알려주고 동맹 간 불필요한 오해나 마찰이 없도록 주의했다”며 “미국이 중국에 ‘사드가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했고, 사드 보복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 중국 측 태도 변화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내조 외교’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지난 8월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 부부와 ‘중국의 피카소’라고 불리는 미술가 치바이스의 특별전을 관람하면서 대중 외교에 공을 들였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추 대사 부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두 나라의 좋은 관계를 기원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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