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경험·인맥 쌓기 좋아"… 로펌 변호사들 '기업연수' 북적

입력 2017-10-31 19:08   수정 2017-11-01 11:31

Law & Biz

해외연수 대신 현장경험 선택
기업체 파견에 적극적인 바른
전자·기계회사에 '에이스급' 보내
세종·율촌·광장 등도 파견 늘려
기업들도 법률자문 반겨

법률시장 개방에 대응
영미계 로펌, 한국 진출 늘자
기업들과 교류 확대로 차별화



[ 이상엽 기자 ] 주요 로펌(법무법인)에 소속된 변호사가 기업체에 파견돼 근무하는 제도가 확산되고 있다. 로펌은 변호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거래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쌓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추가 비용 없이 법률 자문을 할 수 있어 반기고 있다. 일부 로펌은 천편일률적인 해외연수 대신 기업체 파견을 새로운 연수제도로 활용하고 있어 주목된다.

로펌과 거래 기업 ‘윈-윈’

기업체 파견은 법무법인 바른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자·기계 등 업종별 제조업체는 물론 회계법인 등 파견 대상도 다양하다.

김재호 바른 대표변호사의 적극적인 장려에 따른 것이다. 김 대표변호사는 “주니어 변호사는 경험이 부족해 시야가 좁기 때문에 법 조항에만 매몰되기 쉽다”며 “현장에서 여러 사건과 맞닥뜨리면 보다 넓은 관점을 가진 법률가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체 파견이 경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거래 고객의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바른은 ‘에이스급’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기업체 파견 인력을 선발한다. 노동법 전문인 이동렬 변호사(사법연수원 37기)는 2015년부터 1년간 대구지역 중견기업인 상신브레이크에서 일했다. 이 변호사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해외연수 대상자로 뽑혔지만 국내 기업체 파견을 택했다. 현장을 알아야 법률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는 평소 소신에 따른 것이었다.


그는 “기업체에 나가 보니 새롭게 눈을 뜨는 기분이었다”며 “변호사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만족해했다. 바른은 남궁주현 변호사가 삼정KPMG, 설재선 변호사가 LG전자에 각각 파견 나가는 등 주요 인력을 꾸준히 현장으로 보내고 있다. 바른은 거래 기업 직원과 바른 소속 변호사의 교차 파견도 검토하고 있다.

세종은 전재민 변호사(33기)가 2010년 GE캐피탈 법무팀에 파견돼 금융업 규제와 내부통제 관련 업무를 함께 처리했다. 현재는 외국계 자동차회사에 변호사를 보내놓고 있다. 세종 관계자는 “주로 기업에서 선호하는 3~5년차 주니어 변호사를 파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광장도 10명 가까운 변호사가 다양한 업종의 기업에 파견돼 있다. 율촌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 2명을 산업 현장에 보내 경험을 쌓게 했다.

현장 경험 쌓으면서 전문성 키운다

기업체 파견은 로펌의 해외연수 제도를 대체하는 측면도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변호사의 해외연수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로펌 측으로선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거래처와 교류가 끊어지는 해외연수와 달리 기업체 파견은 거래 고객과 네트워크를 다지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파견 기업과 유대를 쌓으면서 해당 로펌의 장기 고객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서다.

로펌이 어떤 기업이나 업종에 소속 변호사들을 파견하는지를 보면 해당 로펌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엿볼 수도 있다. 5위권의 한 로펌은 최근 핵심 인력을 제약업체에 보냈다.

이 로펌 관계자는 “지식재산권, 인수합병 등과 관련해 제약업계를 중요한 시장으로 눈여겨보고 있던 차에 해당 기업에서 의뢰가 들어와 흔쾌히 변호사를 파견했다”며 “향후 제약분야에서 법률자문 전략을 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부 로펌은 국내 기업의 해외 제조공장에 변호사를 파견해 해외시장 개척의 첨병 역할을 맡기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업계 관계자는 “기업체 파견은 앞으로 국내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해외 로펌에 맞서는 대응책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며 “국내 기업과의 접점을 극대화해 영미계 로펌과 차별화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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