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당구장, 평일 낮에도 붐비는 까닭

입력 2017-10-31 19:09   수정 2017-11-0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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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두는 기원에도 고급차 즐비

"과열경쟁 싫다" 중년 변호사 늘어



[ 고윤상 기자 ] 법원과 검찰이 모여 있는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31일 법원 앞 당구장에는 오후 내내 양복을 입은 남성들이 가득했다. 법조타운 근처 30여 개 당구장이 모두 비슷한 풍경이다. 주 손님은 중년 남성 변호사들이나 변호사 사무실 직원들이다.

지하철 2호선 교대역 근처에 있는 기원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노년의 변호사들이 오전부터 기원으로 모여든다. 기원 앞에는 고급차가 즐비하다. 기원에서 바둑을 두던 한 50대 변호사는 “평생 사건에 매달려왔는데 요즘엔 욕심을 줄이고 동료들과 편안하게 바둑을 즐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당구장과 기원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변호사 2만3000여 명 시대를 맞아 업계는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각박한 레이스에서 한발 물러난 중년 변호사들은 ‘나만의 여유’를 찾아 당구장이나 기원에서 여유시간을 보내고 있다.

당구장은 서초동에서 활약하는 법조 브로커들의 휴식 장소로도 꼽힌다. 당구장은 놀이 장소를 넘어 ‘정보교환의 장’이라는 게 당구를 치는 변호사들의 변(辨)이다. 50대 후반의 한 변호사는 “점심시간 전후로는 자리를 잡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변호사들이 주변에 ‘놀거리’가 별로 없으니 당구장이나 기원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고령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변호사로 오래 일한 이들은 대부분 사무실을 자기 소유로 갖고 있다. 임차료 부담이 없다. 새로 진입한 젊은 변호사가 높은 임차료를 감당하면서 사건 수임에 열을 올리는 반면,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변호사들은 의뢰가 들어오는 사건만으로도 현상 유지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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